'조두순' 피해아동 국가 잘못, 3000만원 소송

변협 "검찰, 중요증거 판결 전날 제출... 법원은 진실 규명 위해 애써"

등록 2009.12.15 17:43수정 2009.12.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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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평우)는 15일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조두순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아동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피해아동을 원고로 국가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두순 사건은 등교 중인 8세 여아를 50대인 조두순이 인근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잔혹하게 강간해 영구적 상해를 입게 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후 피해아동의 부모는 경찰과 검찰, 법원 등의 부적절한 조치로 고통이 컸음을 하소연하면서 또 다른 성폭행 피해아동이 국가기관에 의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개선안 마련 차원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싶다는 뜻을 변협에 전했다.

 

이에 변협 인권위원회는 조두순 사건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명숙 인권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의료소송 전문변호사, 성폭력 전문변호사, 검찰 출신 변호사 등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각 기관별 대처방안과 문제점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전문변호사 9명으로 구성돼 지난 10월20일부터 12월11일까지 경찰과 검찰, 법원 등 9개 기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뭇매 맞은 경찰과 검찰... 중요증거 판결 전날에야 제출

 

변협은 이날 변호사회관 5층에서 조두순 사건 진상조사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먼저 경찰에 대해 "출장조사시 피해아동을 15명의 중환자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커텐이나 가림막 등 아무런 장치도 없이 조사를 해, 성폭력법상의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하기 위한 평온한 환경조성'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병원 응급실에서의 질액채취 등 증거보전을 좀 더 철저히 해 증거로 제출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변협은 "성폭력법상의 평안한 상태를 보장할 수 있는 조사환경 조성 및 최소한 횟수의 조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아동을 너무 늦은 시간에 소환했고, 비디오녹화 기계조작 미숙으로 비디오 녹화를 4회나 반복하게 했다"고 밝혔다.

 

성폭력법상 성폭력 전담검사가 수사를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담 검사가 수사를 맡은 점도 문제였다.

 

변협은 "조두순 사건을 성폭력특별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나 안산지청에서의 결제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으며, 항소심에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공소장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추운 겨울이고 입원 중인 피해아동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검찰에서 병원으로 출장 조사를 할 수는 없었는지, 소환조사를 하더라도 피해아동을 위해 검찰 차량을 배치하거나 병원 구급차량의 지원을 요청하고 외출이 가능한지에 대한 주치의와의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변협은 말했다.

 

변협은 특히 "항소심에서 중요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 '경찰에서 조두순을 검거한 직후 비디오로 녹화해 둔 CD'를 간과해 판결 선고 전날에서야 변론재개를 통해 뒤늦게 증거로 제출한 과실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산지청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관련 주장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고 이로 인해 국가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증폭되는 측면이 있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변협 "법원은 진실 규명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반면 법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협은 "1심 재판부는 조두순의 일관된 범행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할 보호관찰소에 조두순에 대한 판결 전 조사보고 명령을 발부해 성행을 조사하고 3회 공판기일에 결심, 아동에 대한 증인신문절차 없이 조두순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피해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1심 양형(징역 12년)에 관해서는 다른 범죄나 아동성폭력에 대한 당시의 형량에 비할 때 낮다고 보여지지 않으며, 아동성폭력에 대해 반인륜적 범죄로 엄벌하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감경 판단에 관해서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서도 변협은 "피해아동의 증언을 전자법정을 통해 시행하고, 피해아동의 기억을 돕기 위해 조두순에게 범행 당시에 착용한 것과 비슷한 점퍼를 입혀보고 안경도 씌워보는 등 보조물까지 활용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점이 엿보였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뒤늦게 조두순의 범행 당시 모습이 담긴 CD를 제출하자 법정에서 조두순과 변호인 앞에서 이를 보여준 뒤 조두순을 엄히 나무라고 이틀 뒤 곧바로 판결을 선고하는 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단의지를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변협은 법원에 대해 "양형기준에 아동성폭력범죄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범주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양형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고, 형사정책 차원에서 '음주'라는 요소는 '책임가중 사유'로 참작하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개설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폭력 통괄위한 정부 단위의 기구 필요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변협은 "조두순 사건을 포함한 성폭력사건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을 때마다 가해자의 수사 및 처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의료기관, 경찰, 법조계,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여성부 등 관련기관과 전문가들, 성폭력 피해자들의 법제도개선을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성폭력을 종합적으로 통괄하기 위한 정부 단위의 부서 마련이 필요하고, 관련 기관들간의 협조 및 정보제공을 위한 위원회나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14일 '조두순 사건'에서 법 조항을 잘못 적용한 수사검사에 대해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고 주의조치를 권고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9.12.15 17:43ⓒ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조두순 #변협 #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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