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마늘밭 전경.한 접 반을 심었는데 금년 겨울에 솎아먹고도 내년 봄 네 접 이상은 수확할 것이라고 한다.
홍광석
먹어서 좋은 식품이 마늘뿐이랴, 또 자칫 황량해질 겨울 텃밭을 푸르게 하는 농작물이 마늘뿐이랴? 그렇지만 곰을 사람으로 환생시켰다는 이야기 속의 식품이 마늘 말고 또 있던가?
곰이 마늘을 먹고 여자가 되었다는 설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그 설화를 그대로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설화는 마늘이 우리민족에게 전래된 과정과 오래 전부터 우리민족의 밥상을 지켜왔음을 알게 해 주는 한 자료다. 그렇더라도 마늘의 신비로움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5000년 동안 우리 민족의 함께 해온 마늘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에 마늘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마늘의 정령이 숨어 흐르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마늘을 다른 농작물과 다르게 보는 이유는 또 있다. 더 큰 나무도 추위에 숨을 죽이고, 옷을 입은 사람도 겨울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연약한 줄기로 언 땅에 뿌리를 내리고 눈보라에 몸을 내맡기면서도 몸을 굽히지 마늘의 모습을 보면 결코 꺾이지 않는 의연함이 느껴진다. 또 집단으로 모여 있는 마늘의 모습은 숱한 외침과 불평등으로 인한 가난 속에서도 이 땅의 역사를 지켜온 서민의 원형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동장군에 맞서는 마늘을 본다. 신화 속 주인공이면서 사람들의 난치병을 치료해주는 약품이 되는 마늘이다. 가늘고 여린 잎으로 차가운 북풍에 맞서 자랄 수 있는 힘을 가진 식물이다. 한국 사람이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양념이 되어 맛을 살려주면서도 자신을 감추는 마늘이다. 마늘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라는 영감(靈感)을 주는 영물(靈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