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상품 진열대(butcher's stall)Oil on wood, 1551, Private collection
Pieter Aertsen
우선 첫 번째 그림은 전체적인 시장의 풍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처럼 조망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짐을 실어 나르는 짐마차와 손수레도 보이고, 좌판에 올려 놓은 온갖 상품들과 그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앉을 의자, 크고 작은 각종 바구니 등 다양한 물건들이 마치 활이 휘어진 것 같은 곡선의 형태로 여기저기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 첫째 그림의 뒷배경으로는 한번 흘끗 보고 지나갈 정도로, 성경의 '바라바(Barabbas)'를 외치는 군중들이 있는 연단(요한복음 19:4-6)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자세하고 세밀한 상황을 엿볼 수는 없지만, 이런 두 가지 주제를 한 그림 안에 재현한 점은 애르첸 그림의 또다른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 구도는 독자(관객)들을 압도하는 배열이며, 애르첸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독자(관객)를 압도하는 무지개 모양의 배열 구도 둘째, 셋째 그림의 생선이나 각종 과일과 같은 농작물, 마지막 넷째 그림의 각종 고기나 닭의 모습은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놀랄 만큼 생동감이 넘쳐나며 매우 극사실적입니다. 한편 그림을 들여다 보며 감상하고 있으면, 당시에는 경제적인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했으며, 중세 후기 농부들의 행복한 웃음과 해학, 영원의 연인을 끌어 안고 있는 풍속 화풍의 배경 그림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선의 크기나 눈의 표정도 살아 있어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이 느껴지며, 내장을 빼고 말린 홍어나 가오리로 보이는, 살아 있는 것 같은 입 벌린 생선의 모양이 적나라하고 사실적입니다. 온갖 다양한 과일과 각종 야채의 종류나 겉모양의 질감이 마치 밭에서 갓 따서 가지고 나온 것처럼 싱싱하고 신선해 보입니다. 500년 전인 16세기 유럽의 시장 풍경도 우리의 시장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넷째 그림에서 화가는 독자들에게 실제 크기의 식료품을 대량으로 들이댑니다. 위 그림의 관찰자도 당황스러워 보이는 새고기와 소시지,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버터, 치즈, 짧짤한 비스킷, 최상층의 수소 머리의 한가운데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각각의 대상은 오만해 보일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전경(前景)의 관계를 역행하고 있으며,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림 속의 실제 이야기들은 배경화면에서 일어납니다.
우선 거의 주의를 끌지 못하는 오른쪽 뒷편에 빛이 비치고 있는 선술집 풍경이 보입니다. 술집 건물 주변의 땅(대지)은 술꾼들이 최음제처럼 소비했을 굴과 홍합 껍질들이 널려 있고, 선술집의 환락 속에 단골 고객과 함께 있는 매춘부도 보입니다. 또 한편 왼쪽 뒷편으로 동시대의 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그 지방 교회를 향해 걷고 있는 광경이 보입니다. 당나귀를 타고 가는 처녀 마리아가 잠시 멈춰 서서 가난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는 성서 이야기를 통하여 고통 속에도 행운을 나누는 인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그림과 같은 16~17세기에 일반화된 풍속화는 신자들 죽음의 상징으로서 도살된 동물을 신학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약한 육체(마태복음 16:41)'를 암시하고 있으며, 겉보기에 무척 많고 풍성해 보이는 정육점 상품 진열대에 놓인 식용 고기에서 연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보다도 훨씬 더 생생해서 마치 당시의 현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치 그 시대 그 시장의 좌판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