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래 3

용산 참사 희생자에 바침

등록 2009.12.14 13:55수정 2009.12.14 13:5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죽음에도 격이 있는지

온전히 마음 바쳐 시 한편 올리기 이리 어렵다

꽃피고 단풍 물든 산허리 패이고

덫에 걸린 쥐 한 마리 불 당기던 사내의 미소가 떠오르고

차도에 달라붙은 살가죽이 생각났지만

비닐에서 떨어진 한 방울에 손을 데인 그 아픔이 부끄러워

죽은 자의 입을 빌려 산 자에게 말하기 쉽지 않다

서울이야 가깝지만 용산은 왜 그리 먼지

개그 콘서트의 웃음은 왜 그리 쉬운지

때론 삶조차 멀고 우스워 마음만 들떠있다

망각은 일상의 힘이라지만

모든 죽음은 내 삶의 일부인데

나의 역사에는 왜 피비린내가 없을까

못 다한 슬픔 하나 피워 물고 고개 숙여도

두 손에 묻어나는 해골의 흔적이 낯설기만 하다

나의 절망은 이렇게 시작해 끝나가지만

거기였나

여기였나

비명처럼 절박한 시가 이 세상 어디 있을까

2009.12.14 13:55ⓒ 2009 OhmyNews
#용산참사 #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