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청와대
저는 대통령님의 '극진한 서민 사랑'을 진정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점은 해소되어야 그것을 확신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질문하는 것이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대통령님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감세와 기업규제완화와 민영화는 서민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부자를 위한 것입니까? 이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듣는다면 그토록 열성인 대통령의 서민행보에도 불구하고 왜 서민들의 삶은 날로 어려워져가고 있는지 의문이 풀릴 것도 같습니다.
다음으로 새 정부 들어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각종 통계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1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요?
세계경제위기를 탓하시렵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득의 불평등 정도가 6·25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했던 IMF 환란 직후인 1998년(0.314)보다 악화되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요? 아시겠지만 지니계수는 통상 0.35 이상이면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정도로서 심각한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수준입니다.
양극화 판단의 주요 지표인 중간 계층도 크게 준 이유는 또 무엇인지요? 1990년 74.2%에 이르던 중산층은 외환위기 뒤인 2000년 68.5%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63.3%까지 추락했습니다. 결국 대통령님의 서민 경제 성적은 IMF를 맞이한 김영삼 전 대통령만도 못하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내년도 복지 예산을 올해 74조6천억원에 견줘 8.6% 늘어난 81조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님도 복지예산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대통령과의 대화' 시간에 말했습니다. 이것 역시 진실입니까?
먼저 이명박 정부의 복지 예산 증가율 8.6%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증가율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복지 예산을 2003년 41조7천억원에서 2008년 67조5천억원으로 늘려 재임 5년 동안 연평균 10.1%씩 증가시켰습니다.
그나마 내년 증액 분 6조4천억원도 순수한 증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가입자 사업 등에서 대상자 확대나 급여 수준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복지예산에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한 2조1천억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아무튼 이래저래 순수 복지예산 증가분은 고작 8천억밖에는 되지 않는 셈입니다. 그러기에 정부가 생색내는 복지예산은 기만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대통령님이 잘 아시잖습니까? 그것은 감세와 4대강 사업 때문이지요. 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가 13조원인데다 4대강 사업에 6조7천억원을 또 쏟아 붓습니다. 결국 20조원의 결손이 초래되는 판에 복지 예산이 역대 최고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용산과 철거 아파트로 가십시오 저는 대통령님의 서민행보가 부도덕한 위장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다만 그것은 온화하게 말해서'센티멘털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센티멘털리즘은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행동을 차단하는 위선적인 감정입니다.
그것은 본질을 애써 외면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꾸미는 사고방식이지요. 운전기사는 바깥에서 덜덜 떨고 있는데 무대 위 주인공의 슬픈 처지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있다면 그는 센티멘털리스트의 한 전형입니다. 대통령님의 서민행보는 영락없이 바로 이 여자를 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님의 서민행보가 진정성을 보이기에 적합한 현장을 소개합니다. 한 곳은 용산참사 현장이고 다음으로는 동절기 철거가 진행 중인 옥인·용강아파트입니다. 두 곳 모두 서민의 생존권을 법 집행이 압살하는 장소로 대한민국 서민 문제의 본질이 도사리고 있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쉽사리 이 두 곳을 방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서민 사랑'은 본질을 애써 외면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꾸미는 지극히 센티멘털한 수준밖에는 되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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