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홍대 앞 클럽 '오백'에서 열린 '워크나인 잔치'
김시연
"일본에선 '일본해', 한국에선 '동해'라 부르는 저 바다를 우린 어떻게 불러야 할까?"
90여 일 함께 고민하며 쉼 없이 걸어온 한일 젊은이들도 숨 돌리기가 필요했을까? 도보 순례 100일 대장정의 대단원을 고작 나흘 남겨둔 13일 오후 홍대 앞 한 클럽에서 작은 잔치를 벌였다.
워크나인(Walk9).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밝힌 '일본헌법 제9조'를 지키려는 일본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바다 건너 한국으로 이어진 건 지난 9월 9일. 강화도 마니산을 출발해 한반도를 시계 방향으로 돈 뒤 지난 10일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일본인과 재일한국인 30여 명이 긴 여정을 줄곧 소화했다. 또 중간 중간 일본에서 또 한국에서 온, 1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많은 동반자들이 함께 걸었다.
이날 잔치는 지난 여정을 정리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스스로 힘을 북돋는 자리였다. 생명평화결사를 비롯해 이날 순례꾼들을 응원하려 모인 100명 남짓한 손님들 가운데는 낯익은 얼굴도 끼어 있었다. 안상수체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안상수 홍익대 교수나 '까탈이 도보여행가' 김남희씨도 그들 가운데 하나.
평택 미군기지 여정에 잠시 동참했다는 김남희씨는 "일본 젊은이들이 추운 겨울 낯선 한국 땅에서 주먹밥 먹어가며 힘들게 걷는 모습에 감동했다"면서 "그들이 뭘 느꼈고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변했는지 듣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이 다가올수록 설렘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는 순례꾼들은 이번 순례에서 무엇을 남겼을까?
한국인-일본인-재일한국인, 서로 상처를 보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