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시인.
윤성효
문인수 시인(본심)은 시부문 심사평에서 "시는 권력이다. 시는 말짱 거짓말이다. 그러나 시는 잘 뜸들인 한 끼의 저녁밥 같은 엄연한 진실이요, 한판 노을과 같은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감동이다"면서 "시의 권력에도 그러나 망할 권리는 없다. 망하는 순간,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불순물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수상작 "뱀"에 대해, 문인수 시인(본심, 예심 박노정․조말선․김일남)은 "당선자는 자신의 내면세계나 환상을 바깥 풍경과 현실에다 잘 되살려내고 있다"며 "설득력을 확보한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신선한 감각과 탁월한 묘사의 능력은 전편에 걸쳐 고르게,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점이 미덥다"고 평가했다.
이순원 작가(본심, 예심 정연승․백가흠)는 정연승 소설가가 대신 읽은 심사평을 통해 "단편 <행인3>은 소재도 신선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뛰어나다"며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우리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이 작품만큼 현대인의 익명성과 통신 속의 존재성을 잘 표현한 작품도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소감에서 임재정씨는 "기계톱을 밀며 연신 널판을 켜는 목공들 틈을 비집고 전선타래와 씨름하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면서 "기계톱은 전화기 속까지 날을 밀어 넣어서 어지러이 날리는 톱밥 사이로 '당선'이란 생경스럽고 어렴풋한 말의 결을 얼핏 훔쳐본 것 같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새로운 감전의 경험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미홍씨는 "사람들이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물으면 '쓰는 동안 행복하니까'라는 대답을 했는데,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거짓말이기도 했다. 자주 실망했고 자주 절망했다. 그러나 쓰는 동안 행복했다"면서 "출발이 많이 늦었지만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많이는 갈 수 없지만 조금은 더 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설은 내 친구니까"라고 밝혔다.
31명의 '진주가을문예' 역대 수상자들은 "등대"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귀를 패에 새겨 강희근․김정희․김언희․박노정 시인한테 전달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더 빛나는 신인의 탄생을 기대했다.
"암초와 해일 사이로/환한 불빛이/뱃길을 알려왔습니다/서른 한 명의 어부를 실은/진주가을문예 돛배는/불빛따라 밤바다를 출항합니다/그 불빛/너무 따스해 노를 놓지 않습니다. 이천구년 십이월 십이일, 승선한 어부들이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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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썼기에, 시 한 편에 500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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