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20년 가까운 이민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신 박성남화백과의 재회를 무엇보다 기쁘했습니다.
이안수
안선생님은 그간 세 번에 걸쳐 화풍에 큰 변화를 겪습니다. 첫째는 70년대 백색을 주조로 한 작업이었습니다. 캔버스를 흰색으로 채우는 그 작업은 비어있되 충만한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그 흰색의 작품으로 인해 도록에조차 수록될 수 없는 불이익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한국인의 정신과 생활에 기반한 색인 오방색五方色만을 구사하는 작업을 하셨습니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색은 우리에게 단순한 색상의 의미를 넘어서 하늘과 땅이기도 했고 세상만물의 아득한 조화로서의 음양이기도 했으며 생명이기도 했습니다.
음양의 기운은 목木ㆍ화火ㆍ토土ㆍ금金ㆍ수水의 오행의 원리를 낳았고, 그것은 다시 다섯 가지의 색으로 대변되며, 그 색은 우주를 포괄하는 방위의 상징이 됩니다. 즉 중앙의 황黃과 동의 청靑, 서의 백白, 남의 적赤, 북의 흑黑이 그것입니다.
또한 이 오방색은 우주만물이기도 합니다. 황黃은 오행 가운데 토土로서 우주의 중심이며 청靑은 목木으로서 만물이 기운생동 하는 봄의 색이며, 백白은 금金으로 진실과 순결이며, 적赤은 화火로서 창조의 색이며, 흑黑은 수水로서 지혜를 대변했습니다.
안선생님은 오랫동안 이 오방정색에 매달렸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