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교육공무원징계령의 징계의결 기한과 징계의결요 구기한이 훈시규정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김상곤 교육감의 징계 유보 결정을 위법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교과부가 근거로 드는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6조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징계의결을 요구한다"에는 "상당한"이라는 형용사가 조건으로 붙어 있다. 즉,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1개월을 넘길 수도 있고, 나아가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상당한" 이유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원의 판결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 헌법 제27조의 "④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교과부가 고발의 직접 근거조항으로 들고 있는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하여 역시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공무원징계령 제6조의 "상당한 이유"와 형법 제122조의 "정당한 이유"는 누가 판단하는가? 당연히 법원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상곤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서 대법원에 직무이행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징계 대상자라고 하는 시국선언 교사들 역시 법원 판결을 기다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원의 결정만 나오면 그에 따라서 언제라도 징계를 할 수도 있고, 법원에서 무죄라고 하면 징계를 하지 않으면 된다. 행정기관이 사법기관이 할 판단을 미리 할 수도 없고, 이를 뛰어 넘을 수도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행정부는 사법부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상식이다.
지금 교과부는 "상당한 사유"이나 "정당한 이유"라는 조건에 붙은 형용사의 의미를 애써 무시하면서 "무조건"을 외치고 있다. 정말 이를 모른다면 이 역시 무식한 것이고,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다고 하면 이 역시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다.
[교과부의 억지③] 정권 이익에 반하면 성실의무 위반?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를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교과부의 무지의 소치로 보인다. 행정자치부가 만든 '국가공무원복무제도 해설' 133페이지를 보면 "성실의무는 윤리성을 본질로 하는 까닭에 민주국가에 있어 국가의 신분적 예속을 의미하는 무정량의 충성 의무가 아니고, 원칙적으로 부여된 일정한 직무와 관련하여 국민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의무라 하겠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공무원의 성실 의무는 국가나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신분적 예속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의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이라 밝히고 있고, 국가의 신분적 예속에 의한 무정량의 무조건적 충성의무가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 직선으로 뽑힌 교육감에게 대통령이 임명한 교과부 장관이 신분적 예속 관계에서나 가능할 법한 무정량의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과부가 정부의 소관부처인 행자부가 스스로 만든 이 해설서를 모른다고, 본 적이 없다고 우긴다면 국가는 심각한 자기부정을 하고 있는 것이고, 동시에 국민을 세 번 우롱하는 것이다.
[교과부의 억지④] 안병만 교과부 장관의 '직권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