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30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대국민 사과의 말을 한뒤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 사저를 나서고 있다.
유성호
사실 검찰의 불법 피의사실 공표로 피해를 본 정치인들은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피해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5월,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이 퇴임한 지 1년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
이 때도 문제가 된 것은 검찰의 불법 생중계였다. '검찰-언론-정치권' 3인이 확인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주거니받거니 발표하고 부풀려 전직 대통령을 모욕한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검찰이 "1억원짜리 피아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말하면, 언론은 "봉하마을 논두렁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비아냥거리는 식이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3인의 조리돌림 속에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모인 500만 조문객의 비판 여론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검찰은 또 다시 '삼인성호' 공작을 시작한 모습이다. '노무현→ 한명숙'으로 표적만 바뀌었을 뿐, 현재 검찰과 일부 언론의 주고 받기 행태는 노 전 대통령 사건과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검찰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시 당하지 않겠다"며 반격에 나선 한 전 총리 측의 기세가 만만찮다. 여당 내에서조차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문제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이 참에 검찰 개혁을 해치워야 한다며 칼을 갈고 있다.
검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제멋대로 '귀신' 그리지 않기를한명숙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빨리 밝혀내야 한다. 사실은 사실대로, 거짓은 거짓대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하면 된다. 물론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뒷구멍으로 흘려주는 불법행위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
이왕 <한비자>를 언급한 김에 고사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한비자>에는 제나라 왕이 그림 잘 그리는 화객(畵客)과 나눈 대화도 소개된다.
제나라 왕이 화객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가장 그리기 어려운가". 화객이 대답하기를 "개나 말을 그리기가 가장 어렵습니다"라고 했다. 제나라 왕이 "그럼 어떤 것이 가장 그리기 쉬운가"라고 묻자 화객은 "귀신을 그리기가 가장 쉽다"고 답했다.
왕이 이유를 묻자 화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개나 말은 누구나 아침 저녁으로 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귀신은 형체가 보이지 않으니 아무렇게나 그려도 아주 쉽습니다."실체적 진실이 국민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검찰이 제멋대로 '귀신'을 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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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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