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화목으로 쓸 장작들, 나이테가 저마다 다르다.
김민수
이른 아침 출근길을 뒤로하고 김제평야로 향했다. 아침 8시를 알리는 시보가 라디오에서 '뚜뚜뚜' 울리고, 오늘의 주요뉴스를 알리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이맘때면 동부간선도로에서 빠져나가 석계역을 향하고 있을 시간이다. 집에서 나오고 대략 20km의 거리가 그곳이었는데, 김제로 향하는 그날은 서둘지 않았는데도 서울을 벗어나 안성휴게소 부근에서 8시 뉴스를 듣는다.
몇 시간을 더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지인이 처마밑에 화목으로 쓸 장작을 쌓고 있다. 장작의 나이테, 모양도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하긴, 세상에 인공으로 찍어낸 것이 아니라면 같은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나무의 속내, 죽음과 맞닿아야만 보여주는 나이테가 남다르게 보인다.
나의 속내를 다 드러냈을 때에 봐줄 만한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생각하며, 이제 남은 시간이라도 토악질이 나질 않을 만큼의 삶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