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수험생들을 태운 고급 외제승용차들이 줄지어 골목길을 빠져 나오고 있다.
권우성
아침 시험 시작 전에는 학원 강사들의 총출동이 '장관'이었다면, 시험을 마친 뒤에는 마중 나온 부모들의 외제차 행렬이 인상적이었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재규어 등 대원외고 앞에서 어지간한 외제차를 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많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 차에 올라 학교를 떠났다.
올해 서울 전체 외고생 6000여 명 중 기초생활수급권자 자녀는 10명에 불과하다. 대원외고에는 한 명도 없다. 그리고 올해 5명을 모집하는 대원외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는 단 한 명도 응시하지 않았다.
이종태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은 "외고 입학자들의 대부분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산층 이상"이라며 "외고 입학을 위해서는 높은 사교육비 부담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그러한 기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계층 양극화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1신 : 8일 오전 10시 32분]"전국 1위 고등학교, 아무나 들어가나요?"'명문' 대원외고 입시날... "외고 폐지하면 MB정부 최고 '미친 짓' 될 것""우리가 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만 준비하러 여기 온 건 아니죠. 뭐랄까, 다양한 커리어 쌓기? 뭐 그런 걸로 봐주세요. 어쨌든 대원외고 하면 새로운 명문 아니겠어요?" '강남 아줌마' 이수경(44. 가명)씨는 연신 까르르 웃었다. 이씨는 8일 이른 아침 서울 중곡동 대원외고를 찾았다. 이날 이씨의 딸은 대원외고 입시를 치른다. 딸을 입시장으로 들여보낸 이씨의 얼굴엔 자부심이 넘쳤다.
입시장으로 들어가며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드는 딸의 표정 역시 엄마와 비슷했다. 환하게 웃어 보이는 입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흘러 나왔다. 엄마 이씨 옆에 서 있던 30대 초반의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파이팅!"을 외쳤다. 그는 외고 입시 전문학원의 영어 강사였다.
"파이팅!" 소리가 너무 컸던 것일까. 교문에서 자원봉사로 안내를 맡은 대원외고 여학생 한 명이 고개를 돌리더니 "어머, 선생님!" 하며 뛰어왔다. 그러고는 중학교 시절 자신을 가르친 학원 선생님을 끌어안았다.
자부심과 자랑스러움. 서울지역 외고 입시가 치러진 8일 이른 아침 대원외고 교문 앞에는 이런 것들이 넘쳤다. 긴장한 얼굴의 학부모와 학생도 있었지만, 대체로 밝았다. 대입처럼 학부모들이 입시장 교문 앞에 몰린 것은 비슷했지만 일종의 경쾌함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럴만하다. 대학은 한 번 떨어지면 1년을 다시 공부해야 하지만, 외고는 떨어져도 일반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된다. 이날 T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는 말했다.
"여기 시험 보는 학생들, 어차피 서울에서 날리는 아이들이에요. 일반 고등학교에 가도 어차피 서울대, 연·고대는 다 가요. 뭐, 사실 크게 부담스러울 리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