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소머리곰탕
추연만
곰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갖가지 부위별 고기가 듬뿍 담긴 뜨끈한 곰탕. 한술 두 술 떠먹은 국물이 어느새 차가운 체온을 녹이는 작용을 한 듯, 몸이 한층 푸근해짐을 느낀다. 몸이 풀려서, 미각이 살아나는 걸까?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쫄깃한 소고기와 어울린 기막힌 맛이다. 맛나게 먹을 때는 달리 표현할 말이 필요없다. 겸상에도 오가는 말이 별로 없다. '후루룩 쩝쩝'...그 소리마냥 맛있게 먹는 데 열중인 까닭이다.
영천시장 안에는 곰탕 골목이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 24시간 고아내는 소머리 곰탕집이 10여 곳 모여있다. 영천 소머리곰탕은 소의 각종 뼈와 족발 그리고 내장 등을 삶아 뽀얀 국물을 내고 여기에 얇게 썬 부위별 소고기를 듬뿍 넣은 게 특징. 여기에 밥 한 공기를 말면 한 끼 요기로 거뜬하다.
값비싼 소고기를 구경하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5일장 소머리곰탕이 영양보충으로는 제격인 음식이었다. 살코기가 없어도 여러 사람이 나눠먹을 수 있게 음식을 개발한 선조들 지혜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