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첫째날, 아힘나평화학교선생님과 학생들이 무농약배추 750포기를 다듬고 있다.
김종수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아힘나 평화학교에서 한.일 근현대사를 보다 잘 알기 위해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선생님으로부터 '친일파'에 대한 강연을 듣게 되면서 비롯되었다. 학생들에게 있어 '친일파'문제는 그저 '일제시대에 일본제국주의의 앞잡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강연의 내용을 통해 '친일파 청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친일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며, 한∙일의 가슴 아픈 과거 청산문제는 우리가 풀어가야 하는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애쓰셨던 독립군 후손들은 이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반면, 독립군을 잡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본제국주주의에 협조 했던 친일파들은 백성들의 피를 빨아 모아 두었던 재산으로 지금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감정적 안타까움을 넘어 학생들의 힘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아힘나 시민총회를 열었다. 마침 [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독립군 가정에 김치보내기 운동에 동참하자고 결의하고, 지난 9월 마을의 묵은 밭을 얻어 배추 천 포기 정도를 예상하며 배추모종을 심었다. 후손들이 이렇게 잘 살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농약을 쓰지 않고 정성껏 배추를 키웠다.
▲김장하는 날학생들 스스로 재배한 배추를 뽑으며, 놀면서 일하고 있는 시골스런(?) 아이들의 모습이다.
김종수
하지만 배추는 벌레들의 공격을 받았고, 속이 들어차지 않아 자꾸만 약을 치고 싶은 유혹이 들었으나 꾹 참고 조금 더 아이들의 노동을 더한 결과 다른 배추들보다는 작지만 훨씬 맛이 좋은 배추 750포기를 수확할 수 있었다.
문제는 750포기의 김장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일손도 부족하였다. 그러나 좋은 뜻에는 늘 함께하는 이웃이 있었다.
아힘나운동본부의 후원회원들과 멀리서 달려온 선교회 가족들의 도움으로 사흘동안 배추를 뽑고 소금에 절이고 김치 속을 넣는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김장하는 날보기만 해도 침이 나오는 김칫 속
김종수
▲김장하는 날멀리서 김장을 도우러 온 자원봉사자들
김종수
김장김치보내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현재 경기도에만 열여덟 분의 독립군들이 생존해 계신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먼저 생존독립군 할아버지 가정에 김장김치를 전달하기로 하였다. 직접 찾아뵙고, 독립운동 이야기도 듣고 싶었지만 그것은 뒤로 미루고 우편택배로 부치며 그 안에 편지를 써 넣었다.
독립군 할아버지께 |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중고등 대안학교인 아힘나평화학교의 학생들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평화에 대해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배우며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를 통해 독립운동을 하셨던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을 오늘날 이렇게 편안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학교에서 우리들이 직접 가꾼 배추로 김치를 해서 보내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학교에는 농부가 꿈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중심이 되어 지난 가을부터 정성껏 가꾼 배추로 어설픈 저희들이 김치를 담궜습니다. 맛이 없더라도 저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만들어 보내드리는 것이니 저희들의 마음을 예쁘게 받아주세요.
직접 찾아뵙고 싶었지만 우선 김치를 먼저 보냅니다. 할아버지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독립운동 하셨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다음 주에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저희들이 찾아가도 실례가 안 된다면 찾아뵐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추운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만수무강을 빕니다.
2009년 11월 19일
아힘나평화학교 학생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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