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고교선택제 2차 시뮬레이션 결과보고서 내용 중. 하지만 발표되지 않은 내용.
송경원
즉, "목동, 중계동 소재 학교에 대한 타지역 학생의 1-2단계 지원집중 현상은 전입 인원의 증가로 해당지역 거주학생 중 일부가 종래 배정지역을 다소 벗어나는 학교로 배정이 발생"합니다. 다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차 시뮬레이션 결과 보고서에 나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정은 할 수 있습니다. 중계동은 북부학군(노원구, 도봉구)이고, 목동은 강서학군(강서구, 양천구)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부학군 내에서 '원거리배정'된 학생은 남학생 110여 명과 여학생 290여 명 등 400명 정도입니다. 강서 학군은 남학생 310여 명과 여학생 380여 명 등 도합 690명 정도 됩니다. 이들이 모두 목동과 중계동에서 밀려난 학생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역차별로 고교 균형발전하지 않는 한, 고교선택제는 애초부터 무리수그러니까 목동과 중계동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이 고교선택제를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목동과 중계동 거주자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셈입니다. 꽤 힘있는 원주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수정하려면 좀 더 일찍 했어야 합니다. 고교간 격차나 교육환경의 차이가 있는 가운데에서는 '쏠림 현상'과 '밀려나기'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차 시뮬레이션이 나온 작년 10월에 고치든가, 아니면 2차 시뮬레이션을 앞당겨 시간을 벌었어야 했습니다. 2차 시뮬레이션의 모의원서는 올 4월에 받아놓고, 결과는 11월 3일에 나왔습니다. 결과 분석을 3분기에 한다고 했는데, 결과 발표는 3분기 말이 아니라 4분기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왕 수정하려면, "선택해서 고등학교를 가는데, 집 근처 학교로 진학한다"는 환경 조성이 먼저입니다. 뒤처지는 학교, 일명 '비선호학교'에 대한 역차별로 고등학교 균형발전을 꾀한 다음,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일제고사 성적, 수능 점수, 대입 실적, 사교육 환경 등을 고려하게 만들어놓고, 그 격차가 상당한 가운데 고르라고 한 것 자체가 어찌보면 무리수였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제도 시행 10일을 앞두고 갑자기 배정방식의 일부를 손 보는 선에서 제도의 틀을 바꿉니다. 고교선택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공공기관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잘만 하면 대치동, 목동, 중계동 부근으로 갈 수 있겠구나'라고 불 질러놓고, 이제 와서 "곤란하겠는데요"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불장난의 책임을 어딘가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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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습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요,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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