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의 승자는? 우리 모두 루저"

정부, 코레일 노사, 국민 모두 루저일 수밖에 없는 이유

등록 2009.12.04 10:45수정 2009.12.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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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간의 철도파업에서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시종일관 노조를 옥죄어온 코레일 허준영 사장과 강경 대응을 주문한 이명박 대통령인가. 아니면 사측의 단체협상 해지를 이유로 파업에 나선 노조인가. 승객들은 어떠한가.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인 불법 논리만 전한 채 노조에게 불리한 여론을 지면과 전파에 선전한 보수 언론들인가. 필자의 생각엔 우리 모두가  패배자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코레일 사측과 정부가 집계해 밝힌 피해 수치를 보자. 국토해양부는 국내 수출의 1일 평균액 689억 원 기준으로 모두 5천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코레일도 영업 손실만 81억 원, 열차 운행율(70%)로 인한 14억 원의 손실, 화물열차(45억 원)와 대체 인력 비용(22억 원) 등을 합해 160억 원의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사측은 파업 참가자 800여명의 직위해제를 단행했다. 노조 위원장 등 간부 197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정부가 합법적인 쟁위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노조원들에 대해 고소와 고발, 체포영장 발부, 압수수색, 징계, 협박 등을 가해왔다"며 3차 파업 재개 가능성의 여지도 열어뒀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사측은 노조원 18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노조원 190명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고 규탄했다.

이 밖에 노조는 사측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할 처지여서 철도 노동자들과 그들 가족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장장 8일간의 철도 파업으로 인한 후유증은 이렇게 불 보듯 훤하다.

그러나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정부의 강경 모드 속 코레일 집안싸움으로 인해 다수 선량한 국민들의 정신적, 심적인 스트레스와 불안, 운행 지연으로 인한 시간적 금전적 손실 등을 수치화 해 놓은 자료가 없다. 국민들은 그저 파업이 중단(철회)되었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또 다시 이런 사태가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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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남

필자의 경우도 이번 철도 노조 파업으로 인해 황당한 경험들을 여러 번 겪었다. 1시간 가량 운행 지연으로 회사 지각은 수 차례고, 지인들과의 약속도 잡지 못했다. 또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을 일주일 넘게 타면서 쌓인 심신의 피로와 긴장감도 커졌다.

도로 사정은 어떠했던가. 수도권 주요 간선도로와 외곽순환도로, 전철 노선을 중심으로 출퇴근 도로 라인이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체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은 코레일이나 정부가 집계한 피해보다 더하면 더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코레일 노사, 이명박 정부 모두 국민들의 이런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국민들은 그저 세금만 내고 정부나 그들이 알아서 하는 대로 기고, 받아들여만 하는 수동적이고 무력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이번 파업 사태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평범한 서민들이 이 나라에서 존중받고 사람이 우선인 가치와 철학이 깃든 사회적 서비스와  공적 시스템이 바로 서야 한다는 점이다. 오직 공권력으로 무지하게 노조를 억누르며 국민들의 불편과 희생은 안중에도 없는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똑똑히 봤을 것이다.


만약에 코레일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 파업을 벌인다면? 그때 우리들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무엇보다 정부 중재 기능 부재 속에 코레일 노사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승객들의 피해 목소리를 담을 제도적 장치 마련(예를 들어 집단 피해소송, 요금 납부 거부)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가 지쳐있고 무기력하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부대끼며 사는 우리 모두는 분노는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루저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코레일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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