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겉그림
일공육사
오줌을 싸는 곤충도 있고, 똥을 자기 몸에 온통 바르고 다니는 곤충도 있어요. 개미지옥처럼 똥을 안 누는 곤충도 있고요. 방귀를 뿡뿡 뀌는 특이한 곤충도 물론 있답니다. 한동안 방구벌레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폭탄먼지벌레라고 이름을 바꾸어 부르는 곤충이 방귀를 뀌는 곤충이랍니다. 사실 이 곤충이 터트리는 방귀는 방귀라고 하기보다는 폭탄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요.
화학물질을 내뿜어 폭탄을 터뜨리듯 방귀를 뀌기 때문이에요. 이 방귀를 맞으면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열이 나면서 지독한 냄새까지 풍기기 때문에 천적들도 놀라 달아나기 일쑤예요. 똥구멍 옆 분비샘에서 화학물질을 혼합해 내뿜고는 달아나는데, 이것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서 살이 부어오르고 아프답니다. -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에서
서울 외곽, 나무와 풀이 많은 지역에 살다보니 여름과 가을에는 꽤 많은 벌레(곤충)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곤 한다. 이들과의 동거가 그리 달갑지 않다. 때문에 보이는 족족 잡아 내쫒곤 하는데, 잡히는 순간 위험을 느낀 곤충이 내뿜는 고약하고 이상야릇한 냄새에 코를 막아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자신을 방어하고자 냄새를 내뿜는 곤충들을 보며 종종 궁금했었다. '곤충들도 방귀를 뀔까?'고 말이다. 이 궁금증은 사실 어린 시절 요즘은 폭탄먼지벌레라고 부르는 방구벌레에게 엄지와 검지를 공격당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호기심을 해결해 줄 책을 찾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일공육사 펴냄)는 이처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호기심을 해결해줬으며,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곤충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책의 저자(강의영, 성기수, 표도연 공저)들은 '지독한 곤충스토커'들이다. 1년 중 3분의 2를 곤충관찰을 위해 전국 각지 산과 들, 냇가 등을 헤집고 다닌다니 말이다. 관찰과 탐구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곤충 관련 사이트를 운영, 자신들과 같은 또 다른 곤충 스토커들과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우리 곤충 제대로 알(리)기에 남다른 노력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그간 이룬 성과는 많다. 학계에 잘못 알려진 누에산나방의 생태를 제대로 밝혔는가 하면, '감색반무늬방아벌레'처럼 우리나라에 존재하지만 곤충명집이나 보고서에 빠진 곤충들에게 특성에 맞는 이름을 붙여 그 존재를 정식으로 기록,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또, 어떤 곤충의 생태 특성을 '어찌할 것이다' 짐작은 하지만, 그 어떤 생태사진가도 담아내지 못한 곤충들의 순간포착 장면들이 이들에 의해 많이 알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왕거위벌레의 집짓는 과정을 담은 사진은 자못 흥미롭다. 왕거위벌레가 잎 전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거리를 잰 다음 말기 좋게 다소 두터운 주맥을 잘근잘근 씹어 놓는다든지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다음 돌돌 말다가 알을 낳고 다시 말아 집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폭탄먼지벌레가 냄새를 내뿜는 순간포착의 사진도 마찬가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찍지 못한 사진이다. 그럴 수밖에! 단 몇 장의 사진을 건지고자 수 천 장을 찍었다나! 이 정도라면 '곤충 스토커'라는 표현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것도 '지독한 곤충스토커!'
이런 저자들이 곤충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 수많은 시간들을 숨죽여 관찰, 그렇게 이뤄낸 성과물이라 이 책은 책상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남이 찍은 사진이나 자료를 인용하여 만들어낸 일부 책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이 책 속에 실린 수많은 곤충사진들을 저자들이 직접 제작한 '곤충의 눈 렌즈'로 찍었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초 '곤충의 눈 렌즈' 개발 촬영곤충의 눈 렌즈라? 아마도 어지간한 사진 마니아, 그것도 생태사진가들에게나 익숙할 법하다. 벌이나 잠자리, 나비 등 곤충을 찍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하리라.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기 때문에 곤충 사진은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없음을. 곤충 가까이에서 찍더라도 나머지 배경이나 곤충 일부분은 흐려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지는 등의 곤충사진의 한계를 말이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해 낸 것이 '곤충의 눈 렌즈'이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곤충사진의 한계를 고민하다가 렌즈를 직접 개발, 이 책은 곤충의 눈 렌즈로 찍은 국내 유일한 책이다. 때문일까? 털들이 보슬보슬, 날카로운 침, 끈적끈적해 보이는 표피, 사람이나 나무보다 훨씬 큰 곤충들…등 책 속 사진들은 징그럽고 소름끼칠 만큼 생생하다. 그래도 이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 붙잡고 읽었던 이유는 일반 곤충 책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순간포착의 흥미진진한 사진도 많고 오래 전부터 궁금해 했던 곤충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