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물고기' 방어하려다... 망신 당한 이만의 환경장관

[환노위]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당시 MB 발언 도마 위에 올라

등록 2009.12.01 20:37수정 2009.12.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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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친자확인 소송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한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골치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꾹 누르고 있다.
최근 친자확인 소송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한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골치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꾹 누르고 있다. 남소연
최근 친자확인 소송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한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골치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꾹 누르고 있다. ⓒ 남소연

"나도 장관 수준에서 답변할 수 있겠다. 그 정도 내용도 없는 것을 대통령이 발표하게 하면 되나? 정 없으면 이것(로봇 물고기)을 시험·가동하기 위한 자료라도 정리해야 하지 않나. 여당인 내가 봐도 장관 답변 태도 문제 있다." -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 거짓말 논란의 불똥이 이만의 환경부 장관에게 떨어졌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은 여·야를 막론한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 했던 발언들이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방송에서 '로봇 물고기'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며 "물고기 모양의 로봇이 강변을 따라다니며 수질이 악화된 지역이 있으면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중앙본부에 보내는 식으로 수질을 관리할 것"이라며 4대강 정비사업에 따른 수질오염 우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건교부·소방방재청 등 9개 부처가 마련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 방안' 문건을 내보이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각각 43조 원과 87조 원이 드는 수해방지 계획을 내놓았는데 그때는 반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 이후 이 대통령의 발언들은 로봇 물고기의 실용화, 신국가방재시스템 실제 내용 등이 거센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만의 "이 대통령 발언, 정치적으로 볼 땐 사기일지도 모르나 사실이다"

 

당장 이날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도 시작되자마자,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대통령이 그날 4대강 관련 발언을 보면 상당부분 허위나 왜곡이 많았다"며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사기 친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패'로 나선 이 장관은 지지 않았다.

 

김상희 : "대통령이 문제 삼은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에 따르면 국가하천 대신 지방·소하천 집중투자하는 등 (4대강 사업과) 정면으로 다르다… 대통령의 발언을 국민들은 다 왜곡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 장관으로 가슴이 뜨끔하지 않았나."

 

이만의 : "재난관리국장을 한 적 있는데 그 프로젝트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예측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4대강 살리기를 포괄해 가뭄에 대비하는 것은 대단히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이어, 논란이 된 로봇 물고기에 대해서도 "수질개선계획에 실제로 포함된 것인지",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꼼꼼히 캐물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로봇 물고기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IT기술 발전을 위해 충분히 검토할 만 해, 가능하면 도입할 것"라면서도 가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상품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로봇 물고기가 실용화돼서 검증이 된 것이냐"는 질의엔 "그 정도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이 장관은 또, "각 지자체의 준설 사업으로 강바닥이 많이 낮아진 4대강 본류에 대규모 준설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엔 "영산강에 가봤으면 그런 말을 안 할 것"이라며 "내가 영산강에도 가봤고 낙동강에도 가봤다"고 응수했다.

 

반복되는 설전으로 흥분한 김 의원이 "대통령이 엉터리 이야기를 하게 만든 것은 환경부 장관·국토부 장관의 책임이다,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 장관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정치적으로 볼 땐 사기 친다고 했는데 사실적으로 볼 땐 아니다. 나는 내 눈으로 확인을 다 했다."

 

차명진 "여당인 제가 봐도 장관 태도 문제 있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남소연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방패' 이 장관은 '같은 편'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으로부터 혹독한 훈수를 받아야 했다.

 

차명진 의원은 "환경부 장관이 로봇 물고기의 재원, 현재의 기술발전 수준, 실용화 가능성 등을 연구해서 국회에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말한 후 연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앞서 "차 의원을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으로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건넸던 이 장관은 당황한 듯 "해외에서 개발 중인 사례는 파악했다, 다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차 의원이 노골적으로 "홍수가 와서 로봇 물고기가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3천만 원 가까이한다는데 낚시꾼이 집어가면 어떨 것인가" 질의를 퍼붓자 이 장관은 더욱 당황했다.

 

이 장관이 "관리시스템이 돼 있어서 폭우가 오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지만 차 의원은 그런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그는 "말로 하지 말고 장관이 언제 어디에서 (실험을) 해봤는데 활동반경이 어떻고 어떤 장점이 있더라 표를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그 정도 내용도 없는 것을 대통령이 발표하게 하면 되겠냐"고 버럭 화를 냈다.

 

차 의원은 이어, 문제가 된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에 대한 '모범답변'도 훈수했다. 차 의원은 "나 같은 사람도 백서를 들고 있는데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이 말하자말자 (자료를 구해) 분석해야 하지 않냐"며 추궁했다.

 

이에 이 장관이 "주무부서가 소방방재청이라서 그렇게 못 했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파악했다"며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 방안에서 4대강 살리기가 포함될 수 있다"고 하자, 차 의원은 답답한 듯이 다시 설명했다.

 

"신국가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은 현재의 하천의 수량, 물 흐름 이런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어떻게 관리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고 4대강 살리기는 수량확보·수질개선 때문에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파는 등 구조를 바꾸는 사업이다. 목적이 다르니깐 방법도 다르다. … 신국가방재시스템 방안을 이야기할 땐 '이런 부분은 같고, 돈이 덜 드는 이유는 강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추미애 "낙동강 문제를 왜 영산강에 전용해 지역민·정치인들 구차하게 만드나"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도 이날 호되게 이 장관의 질의태도를 질책했다.

 

추 위원장은 앞서 김상희 의원과 이 장관 간의 '설전'을 정리하며 "선진국에서 모의 실험단계에 있는 로봇 물고기에 대해 장관께서 막무가내로 믿어달라고 했는데 그 돈이 대통령 돈인가, 장관 돈인가"라고 장관의 답변을 질책했다.

 

추 위원장은 또 이 장관이 4대강 중 수질이 최하인 영산강의 예를 들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피력하자 "영산강의 목적은 농업용수 확보이고 오랫동안 준설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됐다"며 "환경부 장관으로서 잘 알 텐데 영산강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이 정부의 4대강 명분에 이용돼서 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위원장은 특히 "영산강에 해야 할 일을 해줌으로써 그 지역에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면 좋은 것이지 왜 4대강 사업의 명분으로 활용해 영산강 주민들을 치사하게 만들고 우리 정치인을 구차하게 만드냐"며 "장관이 낙동강 문제를 영산강에 전용해 설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약올리기밖에 더 되냐"고 말했다. 

2009.12.01 20:37ⓒ 2009 OhmyNews
#4대강 정비사업 #이만의 #로봇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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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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