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충청권 지도층 인사와의 간담회'.
심규상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입장에 따른 자신의 거취와 관련 "하루 이틀 고뇌의 시간을 가진 후 금주 중 생각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1일 오후 2시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 충남 지도층인사 700 여명을 초청해 도민과의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제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도백의 자리는 외자유치 등 여러 일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충청인의 영혼과 자존심"이라는 말로 지사직 사퇴에 무게를 두고 있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 지사는 "오늘 나온 얘기는 가르침으로 생각하고 정리하는 데 참고하겠다"고 하면서도 "나름대로 생각을 (이미)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지사가 어떤 거취를 표명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준배 회장,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야"이에 앞서 이날 도민과의 간담회 자리에는 충남지역 시장군수를 비롯 시군의회 의원, 종교계 및 문화예술계 대표, 충남정책자문대표단, 언론 및 농어민 대표 등 90여 개 단체에서 700여명이 참석했다.
각 계 대표들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입장을 비난하고 충청권이 힘을 합쳐 원안을 사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 지사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지사직을 유지하고 세종시 원안을 관철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준배 충남시군의회협의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 한 겨울에 당시 이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강연하러 다니다 손이 퉁퉁 부었다"며 "요즘 (세종시 원안수정 입장을 밝히는 것을 보고) 생각하니 미치지 않고서야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배신감 느낀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지사님이 그만 둘 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 정운찬 총리의 사표를 받고 법을 무시하는 대통령 탄핵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체장애인협회 이건휘 회장은 "사퇴하려거든 거짓말하고 세종시 원안추진 약속을 저버린 사람들이 사퇴해야지 왜 이 지사가 사퇴하느냐"며 "사공이 없는 배가 어디로 가란 말이냐. 도민들이 이 지사를 꿋꿋이 지켜 달라"고 말했다.
이준익 충남버스운송조합 간부는 "선장이 있어야 배가 항해하는데 충청권 지도자 자리에 공백이 생기면 어디로 가느냐"며 "충청도 발전을 위해 200만 도민이 이 지사의 보호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명숙 의원, "도지사 선거 운동하는 자리냐" 비난이날 각계 대표들이 이 지사에 대한 찬사와 거취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자 쓴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명숙 청양군의원은 이날 발언을 통해 "세종시 문제에 대한 도민간담회를 갖는다는 초청장을 보고 군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뒤로 하고 달려왔다"며 "그런데 들어보니 세종시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인지 도지사 선거 운동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는 원안추진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가 돼야지 왜 도지사직 사퇴 등 개인의 거취문제가 주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이 "지사 거취문제만 말하면 왜 안 되느냐" "내려 와라" "의원 맞느냐"는 등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또 이 발언으로 간담회가 끝난 후 간담회가 열린 대강당 계단에서 한 참석자로부터 한 차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지사직 사퇴는 지금까지의 면피용 선언과 똑같은 비겁한 행보이며 사기정권의 백지화를 돕는 행위"라며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사수투쟁의 전면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충남도는 비상대책위 이상선 상임대표 등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간담회에 초청하지 않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도내 시장군수를 비롯 충남 시군의회 의원 등 충남지역 지도층 인사 700 여명에게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초청장을 발송하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오후 4시 10분 경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