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다 진 골굴사를 찾은 까닭은?

예불 백구와 선무도

등록 2009.12.01 17:57수정 2009.12.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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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보살 백구 새벽 예불에 동참하여 참선 중임
동화보살 백구새벽 예불에 동참하여 참선 중임골굴사 사진 제공

골굴사(骨窟寺)에는 예불 드리는 개가 있고, 선무도가 행해지는 특이한 절이라는 얘기를 오래 전부터 들어왔지만, 답사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단풍 구경도 할 겸 큰 맘 먹고 나섰다.

골굴사 전경 앞 큰 법당과 뒤 마애여래불이 보인다. 비바람에 의한 마모를 막기위해 친 덮개가 안 어울린다.
골굴사 전경앞 큰 법당과 뒤 마애여래불이 보인다. 비바람에 의한 마모를 막기위해 친 덮개가 안 어울린다.김영명

경주에서 동해에 위치한 감포로 가는 길에 추령이라는 고개(재). 이 고개 너머 골굴사가 있다. 이 고갯길이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곳인데, 때를 놓쳐 이미 단풍은 빛바랜 활엽수 잎사귀 끝에 흔적처럼 매달려 있을 뿐이다.(추령터널(1991.개통)로 가기보다 옛길인 추령 고갯길을 넘어야 가을단풍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마애여래불상 보일듯 말듯한 잔잔한 미소가 매혹적이다.
마애여래불상보일듯 말듯한 잔잔한 미소가 매혹적이다.김영명

골굴사는 6세기경 서역(인도)에서 온 광유(光有)성인 일행이 마애여래불과 12곳의 크고 작은 석굴(石窟)로 가람을 조성하여 법당과 요사채로 사용해 온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다.

관음굴 12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전실은 기와지붕을 하고 있다.
관음굴12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전실은 기와지붕을 하고 있다.김영명

석회암의 울퉁불퉁한 바위를 파고 뚫어낸 길을 타고 올라간다. 밧줄을 잡아야 할 위험한 곳도 있다. 쇠 난간을 잡고 목를 뒤로 한껏 제치고 위로 본다. 마애여래불(보물 581호)이다. 돋을새김으로 조각한 부처상이다. 보일듯 말듯 고혹적인 미소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능가한다. 미소를 머금은 고운 자태가 살아있는 듯하다.

지장굴 두번 째로 큰 굴이다.
지장굴두번 째로 큰 굴이다.김영명

규모가 제일 큰 관음굴을 비롯하여 지장굴, 약사굴, 라한굴, 신중단, 칠성단, 산신당 등이 있고, 특히 수 천 년 전부터 전래된 남근바위와 여궁의 음양조화로 득남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여궁바위와 산신당 불교가 전래될 때 기존의 무속신앙과 타협하고 절충한 결과물이다.
여궁바위와 산신당불교가 전래될 때 기존의 무속신앙과 타협하고 절충한 결과물이다.김영명

또 옛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한 무술이라고 전해져 오는 선무도(禪武道)가 행해지고 있는 사원이다. 선무도는 흔히 '위빠사나'라고도 불리는 수행법으로, 불교의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 전하는 전통수행법이라고 한다.

선무도 시범경기 스님들의 선무도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선무도 시범경기스님들의 선무도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골굴사 사진 제공

마침 지나가시는 스님한테 물었다.


"이곳 스님들은 모두 선무도를 하시는 분들입니까?"
"아니에요 저도 아닌걸요. 그러나 무술하시는 스님이 많습니다."
"혹 선무도에 대해 아시는지요"
"예 잘 모릅니다만 선무도는 무술의 차원을 넘어선 깨달음을 구하기 위한 불자 수행의 한 방편이지요."

선무도 수련장면 일반인들의 선무도 수련하는 모습
선무도 수련장면일반인들의 선무도 수련하는 모습골굴사 사진 제공

현대인들의 정신적 고뇌와 신체적 질병을 가져 올 수 있는 갖가지 스트레스와 육체의 불균형을, 선무도 수련을 통하여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선무도를 체험하기위해 이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의 소림사로 불리기도 한다.


선무도-리투아니아팀 2009.10. Temple stay 로 골굴사를 찾은 리투아니아 사람들
선무도-리투아니아팀2009.10. Temple stay 로 골굴사를 찾은 리투아니아 사람들골굴사 사진 제공

그래서인지 이 사원이 풍기는 분위기는 안온함과 차분함이 없다. 역동적이고 도발적인 느낌마저 든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비탈진 길과 가파른 긴 돌계단들이 주는 압박감. 마당이 없는 절 건물, 그리고 돌출되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마애여래불상이 주는 긴장감.

바위사이길 마애여래불상으로 외국인 부부가 조심스럽게 건너고 있다.
바위사이길마애여래불상으로 외국인 부부가 조심스럽게 건너고 있다.김영명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본 마애여래불상의 따스한 미소는 그럴 수 없이 평화롭고 온화함을 안겨준다-

백구와 누렁이 다정스럽게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백구와 누렁이다정스럽게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김영명

이 절에 명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진돗개 계통의 백구다. 나이가 19살이니 사람으로 치자면 7~80된 노인이다. 이 개가 유명한 것은 스님과 함께 예불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새벽 4시경에 시작되는 예불시간에 스님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독경소리를 경청하는 개라고 한다. 법명을 받았는데 '동화 보살'이라고 불린다.

스님과 누렁이 누렁이도 백구처럼 도통하기를 기대한다.
스님과 누렁이누렁이도 백구처럼 도통하기를 기대한다.김영명

백구의 자식뻘인 누렁이(3살)와 같이 절 경내를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안면이 있는 신도를 만나면 절 입구까지 배웅해 주기도 한단다. 누렁이는 아직 그 경지까지 도달하지 못해 법명도 없고, 평범한 개지만 조만간에 백구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어느 스님이 말씀하셨다.

백구(동화보살)의 석상 개가 유명하다보니 석상도 세워지는구나.
백구(동화보살)의 석상개가 유명하다보니 석상도 세워지는구나.김영명

단풍구경은 놓쳤지만 골굴사의 특이한 사찰 분위기는 다른 절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흥을 내게 주었다. 석회암의 울퉁불퉁하고 움푹 파인 바위군에서 뿜어 나오는 기(氣)는 바로 생동감이다. 그래서 이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골굴사는 살아 움직이는 절이라 할 수 있다.

만추의 골굴사 입구 가을의 끝이 보인다.
만추의 골굴사 입구가을의 끝이 보인다.김영명
#골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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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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