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사모하게 된 회장님과의 첫 만남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어린 치요에게 다가온 '키다리 아저씨'회장님.
게이샤의 추억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워지는 치요(장쯔이扮)는 낯선 제안을 받게 된다. 늘상 치요를 괴롭히던 하치모모(공리扮)의 앙숙인 마메하(양자경扮)가 그녀를 게이샤로 키워주겠노라고 한다.그때부터 그녀는 게이샤가 될 준비를 하며 빚을 갚을 뿐 아니라 오키야 주인의 양녀(후계자)가 되어 사유리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하여 예술인으로서의 긍지와 옛 영화는 사라진 채, 치요는 화려했던 옛시절을 잊고 산골에서 직공으로 일하며 '밥먹고 일하는 나날들의 연속'으로 몇년을 보낸다. 어느 날, 회장의 친구가 찾아와 자신의 사업 투자자인 미국인과의 협상 자리에 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치요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어린시절 부터 품어온 회장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그 후, 다시 게이샤가 되어 자부심을 다지기 시작하는 치요에게 회장이 다가와서 그 봄날,자두맛 빙수를 먹던 소녀에 대해 말한다. 그러자 치요는 하녀였던 자신이 게이샤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뒤에서 손을 써준 사람이 그였음을 알게 된다.하지만 게이샤는 다만 애인이 될 수 있을 뿐, 결혼을 하거나 사랑을 할 수가 없음도 더불어서 깨닫게 된다.
▲감상 포인트이 영화의 백미는 화려한 영상미이다. 첫 장면부터 수묵 담채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안개 낀 산을 비롯한 장엄한 자연의 모습은 동양 문화만이 누릴 수 있는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전통적인 일본의 문화를 그대로 보려는 의욕은 일치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배우부터가 중국,일본, 베트남 등으로 동양인들이 섞인 상태이며, 각종 고증을 통해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한 뒤에,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것들로만 모아놓은 퓨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감독과 스탭 간의 마찰이 잇따랐고, 원작과 다르게 변질 된 내용을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의 우려도 낳았다.
일본 사학자였던 아서 골든(Arthur Golden.1956~ )이 1997년 발표한 원작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구인의 시각으로 작품을 그려나갔으며, 흥미도나 정확성에는 만전을 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더구나 로맨스를 강조하지는 않았기에 금방 읽히는 글도 아니다. 전공자답게 깊이 있는 일본 문화 특이성에 주된 관점을 견지한다. 9년이란 긴 작업 기간 동안 주인공으로 설정될 실제 게이샤를 만나서 그녀의 일생을 듣고, 이에 허구와 실제를 융합시키는 과정은 지난하고 험난한 여정이었으리라.
하지만 영화속에서 보여 준 '청회색빛 눈을 가진 아이', '신비한 눈', '물기 많은 눈' 등으로 등장 인물들이 주인공에게 일관된 평가를 내리는 부분에서는 서구인의 시각으로 점철된 스토리 라인과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처지는 단점이 비춰진다. 또한 게이샤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자의 슬픈 심정을 다 그리지 못한 채로 '시간이 없으니 이만 줄입니다.'하는 느낌으로 끝을 맺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절절한 동양인의 정서를 다 표현하지 못한 이유는 서양작가의 원작을 서양인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만들어놓은 이유도 한 몫 더해진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