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저지·노동운동 말살음모 분쇄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주최측 15만명, 경찰 6만명)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리고 있다(자료 사진).
권우성
2009년 12월, 지금 노동계와 노동부 의견 대립의 중요한 쟁점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문제입니다. 정부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이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방침입니다.
쟁점부터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지금 문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또 이를 지급하는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 했다고 해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을 그냥 시행할 것이냐 바꿀 것이냐입니다.
저는, 노조 전임자 임금을 절대로 주면 안 된다고 법률에 써넣어야만 하나 싶습니다. 또 전임자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사용자를 형사처벌할 필요까지 있나 싶습니다.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기 때문인데, 사업장마다 제각각 노동조합 구워삶아 매수하려고 줄 수도 있고 노조와 팽팽하게 맞서다 화합하고 양보하자고 단체협상에 따라 주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일률적으로 모두 지배개입이라고 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습니까.
이 문제에서 비교되어야 할 국제표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을 준다고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느냐입니다. 정부도 인정합니다. 외국에서는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 임금을 주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법률로 정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면서요. 그러나 외국에서도 절대로 전임자 임금을 주면 안 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판단이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면 법률로 정하지 않았겠습니까. 법률로 지급 여부를 강제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로 만들어놓지 않은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가 굳이 한국에 대해 전임자 임금지급금지규정의 개정을 권고한 것도, 법률로 정할 것이 아닌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니 문제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내려져 있습니다. 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누6392 판결은, 경제적 지원이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나 싸움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면 돈을 주었다고 해서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없으니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노조전임자나 노조간부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형식적으로 보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 같지만,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는 형식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고, 그 급여 지급으로 인하여 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현저하게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된 1997년 이전의 판결입니다만, 법조항을 두었다고 해서 노조가 얻어낸 전임자 급여가 갑자기 노조로 하여금 사용자 눈치를 보게 하는 것이 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노조와 공존하려고 노력하면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 사용자가 형사처벌받는다면, 그 이유가 노조의 자주성을 흔들었기 때문이겠습니까.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사용자 뒤를 졸졸 쫓아다니게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이겠습니까. 아니지요. 노조를 압박하기로 한 사용자들의 카르텔을 위반했다는 괘씸죄 말고 무엇이 있겠습니까. 잘못 개정된 법을 빨리 바꾸지 못하고 계속 시행만 유예하며 미루어둔 것이 문제입니다. 2010년 1월 1일 시행되기 전에 빨리 고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