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소녀 '나니아'가 큰 눈망울로 자신의 그린 그림을 보고 있다.
조호진
방글라데시에서 온 소녀 '나니아'(6·가명)는 아빠엄마와 함께 가구공장 컨테이너에서 산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기술자이고 엄마는 1년 갓 넘긴 초보 기술자다. 아빠엄마는 힘든 일에도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한국 사장님이 참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엄마가 일하다 손가락을 다친 것이다. 그런데 산재처리가 되지 않아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병원비 때문에 아픔을 꾹꾹 참다가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진 채 굳어버렸다. 손가락을 고치려면 수술비가 5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엄마는 돈이 없어 수술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나니아네 가족에게 공장은 일터이자 살림집이고 공부방이다. 공장 불이 꺼지면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나니아네 식구들만 남아서 어둠에 잠긴 공장을 지킨다. 나니아는 밤이 되면 방글라데시에서 가져온 교재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그림그리기를 너무 좋아해서 아무 종이에나 그림을 그리는데 그럼 아빠엄마는 '낙서 좀 그만해!'하고 야단을 치기도 한다.
나니아 아빠는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이지만 방글라데시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엄마는 결혼 때문에 대학을 중퇴했다. 우리 아빠엄마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인데, 어떤 한국 사람들이 아빠엄마를 무시하는 건 참 잘못된 것이라고 나니아는 생각한다. 아빠엄마가 힘든 일을 하고, 무시당하고, 불안에 떨면서도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자신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나니아는 혹시 알까?
나니아는 엄마와 함께 3년 전에 한국에 왔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온 것이다. 그런데 아빠의 얼굴만 잠깐 보고 방글라데시로 금방 돌아가면 아빠를 또 다시 볼 수 없게 되고, 그러면 또 다시 눈물이 나오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눌러 앉았다. 한국의 법을 어겼기 때문에 불안하고, 잘못한 것도 잘 알지만 그래도 아빠와 떨어지기는 정말 싫다. 아빠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한국이 너무 행복하다.
단발머리 소녀 나니아는 공장 밖에서 살고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