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감청'…헌법재판소 심판대 올라

서울중앙지법, 통신비밀보호법 '통신제한조치' 위헌제청

등록 2009.11.27 17:37수정 2009.11.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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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통신제한조치' 허용기간을 연장 신청을 통해 늘릴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조항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다.

 

통신제한조치는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위해 특정인의 우편물이나 전기통신(전자우편, 통화 등) 내역을 일정기간 수집하는 작업으로,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 이루어진다.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재판장 윤경 부장판사)는 27일 범죄정보 수집을 위한 감청에 제한을 두지 않은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한 통신제한조치의 대상범죄가 100여 개로서 굉장히 광범위한 점, 통신제한조치가 검찰에 의해 일정한 기간제한이 이뤄져야 함에도 경찰 등에 의해 장기간·무제한적으로 허용됨으로써 과잉된 점, 연장허가는 재청구와 달리 추가이유 등을 요구하지 않아 간이한 점 등에 비추어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단서 '2개월 연장조항'은 헌법상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 위헌적 조항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통비법 제6조 7항은 '통신제한조치 기간은 2개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 중 목적이 달성됐을 경우 즉시 종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다만 허가 요건이 존속할 경우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해 2개월 범위 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문제가 된 것.

 

다시 말해 통신제한조치 청구 횟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통신제한조치가 수사기관에 의해 장기간·무제한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 개인의 헌법상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위헌제청과 관련해 즉각 논평을 내고 환영의사를 밝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범민련 간부인 이OO씨의 경우 1회의 통신제한조치 허가결정을 토대로 14회를 연장해 총 28개월에 걸친 연장허가를 통해 통신감청 등을 행해왔음이 검찰증거기록에 의해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민변은 "범민련 사건에서 국정원과 검찰은 2004년 이래 피고인들이 지난 5월 구속될 때까지 한시도 빠지지 않고 통신제한조치를 통해 전화, 팩스, 이메일 등에 대해 감청 등을 행해왔고, 특히 이OO씨의 경우 1회의 통신제한조치 허가결정에 기한 14회 총 28개월에 걸친 연장허가를 통해 통신 감청 등을 행해왔다"며 "이는 수사목적이 아니라 개인·단체에 대한 항시적, 장기간에 걸친 감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그동안 국정원과 검찰의 무제한·장기간에 걸쳐 행해온 통신제한조치, 그리고 이를 견제해야 할 법원의 잘못된 관행이 헌법에 위반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기다리겠으나, 근원적으로는 국회가 무제한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패킷감청과 더불어 통신제한조치 연장을 제한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아울러 "민변은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환영하며,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과 더불어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위헌제청을 결정한 재판부는 범민련 간부 3명에 대한 보석신청을 허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9.11.27 17:3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통신제한조치 #통신비밀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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