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내용 확인하기. 아이폰(왼쪽)은 한 화면에 전체 이메일 내용이 보이는데 반해 한 국내 스마트폰은 스크롤바를 움직여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성진
-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관심이 높다. 국내 정식 도입 이전, 개인인증을 통한 첫 아이폰 개통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이번 아이폰 출시로 통신시장 판도가 변할 것이다. 이제 국내 폰 제조업체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아이폰의 대항마를 내놓을 생각만 하지 말고, 아이폰을 넘어설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아이폰 새 모델이 나와 또 뒤집어진다. 한국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 하여튼 모두들 아이폰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까, 다 같이 축하할 일이다."
- 그동안 사용해 본 아이폰은 어땠나?"지금까지 써본 스마트폰과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 국내 폰 제조사는 진짜 나쁜 사람들이다. 하드웨어 스펙만을 강조하면서 '더 빠르고, 더 화려하고, 화면이 더 깨끗하니까, 좋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속도가 빠르면 뭐하나. 그것은 계산 속도가 빠를 뿐이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속도가 빠른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폰을 터치했을 때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바로 이동을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PDA(개인 정보단말기)가 움직여줘야 한다.
사람들이 뻔히 아는 사실을 가지고 (국내 폰 제조사에서) 계속 호도하고 있다.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정말 편한 폰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지, 스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윈도 모바일 기반에서는 1억원짜리 PDA폰을 만들어도 아이폰의 기능을 구현하지 못한다. 옴니아가 처음 출시될 때 '전지전능하다'고 광고를 했지만 아이폰과 비교해보면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 아이폰과 기존 스마트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이가 난다는 것인가?"옴니아2 샘플 받아서 써보고, 쇼옴니아도 써 봤다. 내용이나 UI 등이 많이 바뀌었더라. 옴니아2보다 쇼옴니아가 200배 좋지만 아이폰에 비하면 애플리케이션 등이 비교가 안 된다. 똑같은 게임을 해도 쇼옴니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아이폰에서 보여지는 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디자인을 하고 개발을 했느냐는 것이다. 아이폰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스마트폰으로 자리잡게 된 원인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가 편하고, 앱 스토어와 유기적인 연결이 되고, 끊임없이 콘텐츠가 흐르고……. 국내 폰 제조업체는 대만 휴대폰 제조사인 HTC 하나 못 따라가는 수준이다. 그것을 직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삼성전자는 스펙만 부르짖고 있다. 유명 연예인 하나 (TV광고에) 등장시켜서 한 바퀴 돌리면서 이 폰이 좋다고 강조하지만,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예를 들어, 예전 자동차나 지금 자동차나 운전하는 메커니즘은 똑같다. 그런데 날씨가 추우면 예전 자동차는 쵸크 밸브를 열고 워밍업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차 키 꽂고 시동 걸면 나간다. 그렇게 편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게 기본 원리다. 지금까지 해왔던 국내 스마트폰의 행태는, '이 차는 속도가 빠르고, 외장이 화려하고, 배터리를 언제든 교체할 수 있어서 장거리 운전도 가능하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일단 운전석에 앉으면 버튼이 많아서 시동 거는 게 복잡하고 운전하기도 불편하고 속도 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럼 누가 그런 차를 몰겠는가."
- 본업이 정확하게 뭔가?"두 가지다. 첫째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구축해서 돌리는 것, 둘째는 철강 영업도 한다. 철강업체에 다니는 사람이 아이폰 1호 개통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궁금해하더라. 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제가 직원들의 컴퓨터를 전부 맥으로 바꿨다. 그런 정도로 IT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생업도 해야 하니까……. ERP도 사실 IT와 접목이 되는 것이다. 철강업체에 있으면서 실질적으로 IT와 관련된 일도 하고, IT쪽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위성통신 장비도 가지고 있다."
- 한국이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사람들은 주로 '폰 설계와 문화의 차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노키아의 6350모델은 '길 찾기'폰이었다. 그런데 내비게이터 기능을 빼고 들여왔다. 이름은 네비게이터폰인데 그 기능이 안 된다면 의미가 없지 않겠나. 둘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이 스펙'에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터치다이아몬드나 블랙베리 등은 그 제조사의 최신 폰이 아니었다. 이미 터치다이아몬드2가 나왔는데, 국내에는 이제 터치다이아몬드1이 들어오는 식이었다. 상대적으로 같은 시기에 나온 옴니아는 훨씬 화면이 크고, 풀 터치이면서 빠르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실행되는 프로그램은 터치다이아몬드가 옴니아보다 훨씬 더 많다. 왜냐면 터치다이아몬드는 표준 UI(user interface, 유저인터페이스)를 썼고 삼성전자는 표준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터치다이아몬드가 옴니아보다 훨씬 더 편하고 아름답다. 문제는 스펙이 딸리니까,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속도 빠르다는 이유로 옴니아를 산다. 그러니 외산폰이 줄줄이 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옴니아2와 자꾸 비교하는 것도 '스펙 우선주의'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세울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 하지만 스펙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아이폰의 사진은 300만 화소인데 반해) 옴니아2의 사진은 500만 화소다. 그러나 진정한 모바일의 의미가 뭔가?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사진을 예쁘게 꾸미고 이메일로 보낼 수 없다면 그것은 500만 화소의 카메라일 뿐이지, PDA는 아니다.
또 CPU(중앙처리장치)가 800㎒인 옴니아2가 624㎒인 아이폰보다 30%가량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10분 동안 폰으로 트윗(Tweet: 트위터에 오르는 포스팅)을 할 때 옴니아에서 날릴 수 있는 트윗의 개수와 아이폰에서 날릴 수 있는 개수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건 CPU의 차이가 아니다. 아이폰이 사용하기가 편하고, 입력하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간과한다.
그외 대부분의 기능은 옴니아나 아이폰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옴니아는 실내에서 GPS(위성항법장치) 정보를 못 잡는다. 반면 아이폰은 GPS 정보를 못 잡으면 기지국 정보를 잡고, 그것도 안 되면 Wifi(무선랜) 정보를 받아서 어떻게든 지도가 찍히게 만든다. 국내 폰 제조사들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아몰레드라는 디스플레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 아이폰의 경우 배터리가 일체형이어서 충전이 힘들지 않나?"하지만 옴니아보다 아이폰을 더 오래 쓸 수 있다. 똑같은 사용 환경에서 5시간 동안 폰으로 인터넷을 할 경우, 옴니아가 더 빨리 꺼진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폰을 봐라. 전체 배터리 사용 시간이 95% 정도 남아있다. 이 정도면 통화대기 285시간, 3G통화는 4시간 45분 연속통화 가능, 인터넷은 3G망으로 4시간 45분 가능, WiFi로 하면 8시간 가능, 동영상 감상은 9시간 30분, MP3는 28시간 사용할 수 있다. 이게 적은 용량인가?
게다가 아이폰에는 사용자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문자 내용 중에 기록돼 있는 전화번호를 클릭하면 곧바로 전화가 걸린다. 또한 과거에 나눴던 문자 내용이 채팅하듯이 대화 형식으로 모두 저장이 된다. 폰에서 새롭게 변경된 내용은 모바일을 통해서 집에 있는 컴퓨터에 자동 저장된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고, 문자 메모리가 차면 뒤에서부터 지워진다."
"'애플빠'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정확한 사실 전달이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