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로맨스도 얼마든지 설렘과 달콤함이 있는 젊은이들의 못지 않은 사랑임을 보여주는 <지붕뚫고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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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사람의 로맨스는 그야말로 핑크빛이다. 자옥을 향한 마음이 가득하니 뭐든지 해주고 싶어서 자옥 앞에서는 "네! 네!" 혹은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허세를 부린다. 그 허세에 100일 기념 이벤트로 세레나데를 부르게 되고, 타지도 못하는 사이클을 타고 파주까지 가고, 종이학 5천 마리를 접기도 했다. 물론 순재는 속으로 '개고생'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자옥 앞에서만 서면 마음 따로 입 따로이다.
이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설렘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리고 아, 노년의 로맨스도 저렇게 설렘이 가득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뿐이 아니다. 일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헤어지는 사이 자옥이 쓸쓸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데이트 좀 하실까요?"라며 작업 멘트를 날리는 것은 그야말로 옵션이다.
여기에 자옥 앞에만 서면 내숭 100단이 되어버리는 순재다. 집에서는 멋대로 뭐든지 다 하는 괴팍한 할아버지에,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어대지만 자옥 앞에서는 그 좋아하는 방귀도 참아 식은땀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확인한다.
자옥도 마찬가지이다. 소녀같은 감수성을 지닌 그녀지만 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의 젖꼭지를 꼬집는 것은 물론 견원지간처럼 으르렁 대는 현경에게 복수를 하는 이중성을 지는 그녀이다. 하지만 순재 앞에서는 여전히 소녀같은 감수성을 지닌 여인네로 변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상대에게 모든 모습을 100% 보여주지 않는다. 더욱이 초반에 사귈 때는 서로의 모습을 최대한 감추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그렇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연애를 하는 두 사람도 젊은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로맨스는 사회적인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흔적을 볼 수 있다.
황혼 로맨스가 넘어야 할 산, 자식하지만 한편으로는 황혼 로맨스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 순재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자신의 딸, 현경이다. 딸 현경은 순재의 로맨스에 노골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인다. 물론 자신의 엄마가 세상을 떠날 당시에 순재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는 현경이지만 그녀가 아버지의 연애를 못 마땅해 하는 모습은 황혼 로맨스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현경은 자옥이와 원수지간처럼 지내서 순재의 로맨스가 못 마땅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그래서 순재와 자옥은 잠깐의 이별을 하게 되고 이별에 아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순재의 애틋한 마음을 접을 길이 없어 비가 내리는 날 자옥을 찾아가 두 사람은 다시금 사랑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