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온 겨울
박영록
올해도 역시, 갑자기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11월 초 어느 날 기아대책기구 간사들과 함께 이문동 골목길로 들어섰다. 개미골목이라 불릴 만큼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 곳은, 낮고 어두운 재래식 주택의 현아네 집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현아는 현우(가명 초4), 현호(가명 초3), 막내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산다. 이날 원래는 가족 모두를 촬영하기로 돼 있었지만, 엄마의 일터에서 외출을 허락하지 않아 막내와 어머니는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가족 사진을 찍을 때마다 발견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이미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 있거나,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다는 거다. 대부분의 집이 낡고 온기가 전혀 없어 집안 공기마저 싸늘하다. 게다가 환기마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남들 보다 거의 한 달 먼저 감기를 앓고, 그것이 생활화 되어 한 겨울을 난다. 남동생 현우, 현호도 이미 코 막힘 소리, 쉰 목소리를 내며 감기로 고생하고 있었다.
현아네 집은 방이 여러 개지만 보일러 성능이 좋지 않아 난방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겨울이면 모두 한 방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다섯 식구가 모여 잔다. 사실, 이런 가정들의 겨울 난방비는 의외로 많이 들어간다. 집 자체가 낡아서 외풍도 심하고 난방 시스템의 효율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일러를 교체하려 해도 대부분 세를 들어 살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수리를 하기가 어렵다. 만약 현아네도 기아대책기구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겨울 내내 차디찬 집에서 몸과 마음을 웅크린 채 지내야만 했을 것이다. 그 많은 난방비를 어머니 혼자 벌어 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 수줍게 웃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