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 수자원공사의 재무구조자료 출처 - (주)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자료
김광수경제연구소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이런 광의의 국가채무 규모가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1400조 원을 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사업성이 희박한 대형 공공사업을 떠맡은 공기업의 채무 급증은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가 정부부담 예산사업을 공기업에 어떤 식으로 전가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 정부는 2012년까지 공식적으로만 모두 22조 원이 투입되는 4대강 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가운데 8조 원을 한국수자원공사가 부담토록 했다.
정부 재정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지만 한국수자원공사를 이 사업에 참여시킴으로써 형식상 정부 재정지출을 그만큼 줄이는 편법을 쓴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올 초 착공한 경인운하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는 2.1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여윳돈이 있거나 자체 경영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 같은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한다고 할 수는 없다. 막대한 사업비 마련을 위해 수자원공사는 수조 원대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자원공사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수자원공사의 장단기 차입금 현황(위 도표)을 보면 2007년까지 줄고 있던 차입금이 200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차입금만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 수자원공사의 차입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익 및 비용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2007년부터 총수익보다 총비용이 더 가파르게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1400억 원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경인운하 및 4대강 사업 참여로 인한 부담이 가시화되기 전에도 이렇게 재무상황 및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공사채 발행 등으로 이 같은 부담이 가시화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08년 기준으로 1.96조 원 수준인 수자원공사의 채무는 4대강 사업 참여 등에 따라 2012년까지 14.7조 원으로 늘어나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6%에서 135%까지 급증할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4대강 관련 채권이자비용 7100억 원은 정부가 공언한 대로 모두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가정했는데도 이 정도다.
수자원공사뿐만 아니라 전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자산·부채 추이를 보면 부채는 2004년 106.6조 원에서 4년 만인 2008년 213조 원으로 두 배가량 폭증했다. 물론 같은 기간 자산도 225.7조 원에서 379.8조 원으로 함께 늘어났지만 부채증가율이 자산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같은 기간 전체 순이익도 2004년 7.8조 원에서 2008년 2.8조 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특히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한전을 제외한 부채 추이를 보면 전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순이익이 2005년 -3.2조 원에서 2008년 -5.8조 원까지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이미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재벌건설업체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현 정부겉으로는 자산이 부채보다 더 많아 대부분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 싶다. 하지만 이들 자산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국내 부동산 거품이 매우 커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앞의 수자원공사 자산부채 현황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내 공기업 자산의 대부분은 토지 등을 포함한 비유동자산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현재 시가로 평가된 이들 기관의 자산 총액은 매우 큰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거품이 향후 본격적으로 꺼진다면 실제 자산가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공기업들이 자산을 늘린 것은 현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및 토건 부양책의 일환인 경우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공기업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각각 13.1조 원, 7.8조 원이나 늘어났다. 정부의 부동산 및 토건 부양책에 따라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의 토지를 재매입 해주거나 또는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을 크게 늘리면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주공과 토공의 부채 총액 또한 각각 12조 원, 6.9조 원씩 폭증했다.
민간 건설업체들의 부실 자산을 현 정부에 의해 토건 공기업들이 대신 떠맡은 것이다. 하지만 민간 부실 자산이 공공부문으로 옮겨진다고 다시 건전자산이 되지는 않는다.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가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올봄 이후 일시 주춤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면 민간부문 대신 부실자산을 떠안은 공공기관의 부실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에 이처럼 엄청난 부담을 떠넘긴 상황에서 또 다시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수공), 보금자리주택 및 신도시 건설 사업(주공) 및 행복도시, 혁신도시 사업(토공)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추가로 정부의 빚까지 공기업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주공·토공·수공 등 10대 사업성 공기업으로부터 2012년까지 부채 전망치를 제출받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57.3조 원이던 부채 총액이 2012년에는 301.6조 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채 급증으로 2012년 한 해에 10대 공기업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만 45.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 문제는 정부가 민간부문의 부실과 정부의 빚까지 떠넘긴 상태에서 정작 막대한 예산은 민간 재벌기업들에게 퍼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같은 사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