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초등학새을 까지 버글댔지만 요즘 지내는 시향에는 나이 50인 필자가 참석자 중 제일 어렸습니다.
임윤수
초등학교를 다닐 때, 시향을 지내는 날이면 사탕이나 과자 몇 개 얻어먹겠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향을 지내는 산소까지 죽어라 달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수가 좋으면 들기름을 발라 구운 김에 밥 한 숟가락 얹어 도르르 만 김밥도 한 덩이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사가 끝나고 철상을 할 때쯤이면 누가 줄을 서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줄을 섭니다. 그렇게 서있는 아이들 앞으로 어른들 중 한 명이 과자가 담긴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등장합니다. 그렇게 길게 줄서서 받아 들던 과자 몇 개, 집에 가져가라고 신문지에 싸주던 '몫'도 사라졌지만 요즘 시향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인천하에 등장하였던 임백령 할아버지 시향에서 읽은 축문 소리지난 11월 22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이서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선산 임씨들이 몇 년 전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여인천하>에서 옥매향의 정인으로 등장하였던 임백령 할아버지의 산소에서 시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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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축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담 너머까지 구성지면서도 낭랑하게 들려오던 축 읽는 소리도 점차 희미해져 갑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풍처럼 들어 왔던 독축소리지만 머지않아 듣기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어 시향에서 축 읽는 소리를 동영상으로 담아 봤습니다. ⓒ 임윤수
고향마을과 시향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확인해 주듯이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향에 참석한 사람 중 나이 50인 필자가 제일 어렸습니다. 시향이 끝나니 아버지뻘 되는 형님들이 '어렸을 때 못 받은 거 실컷 먹어' 하며 과자 그릇을 필자에게 내밀어 서로가 허전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가풍처럼 들어 왔던 독축소리지만 머지않아 듣기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어 시향에서 축 읽는 소리를 동영상으로 담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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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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