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즉문즉설
권영숙
법륜스님 법문 어떤 여대생이 납치를 당해서 유흥업소에 팔려 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그 여대생이 말을 안 들으니까 업주가 마약 주사를 놨습니다. 여대생도 처음에는 발버둥치면서 반항하다가 결국 시키는 대로 해서 마약에 중독이 되었어요. 그렇게 일 년쯤 지나서 그 업주가 경찰에 붙잡히게 되면서 여대생도 풀려났어요. 시작을 누가 했건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은 바로 나 자신의 문제다. 그런데 풀려난 여대생은 강제로 주사 놓는 사람이 없어졌는데도 스스로 마약을 찾습니다. 그래서 마약을 하지 말라고 하니까 이것은 자기가 시작한 게 아니라 그 업주가 시켜서 시작한 것이므로 그 업주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여대생이 스스로 마약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중독이 된 상태에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문제입니다. 이처럼 어떤 이유가 되었든 지금은 자신의 카르마(업)가 돼버린 것입니다. 본인에게서 시작된 문제가 아니라고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렇게 자기 인생을 함부로 팽개치고 살아갈 겁니까? 내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자신의 것이다.스스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세상에 자기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인생은 자신의 것입니다. 성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그 모든 상처는 내가 고쳐야 할 내 문제입니다. 어머니가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자학하면서 살면 결국 내 손해입니다. 이 병은 현재 내 것이니 내가 치료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머니에게는 우선 생명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이혼을 하고 의붓아버지와 재혼을 했다 하더라도 본인에게 젖 먹이고 밥 먹이며 키웠습니다. 스스로 중국집 배달원을 하면서 공부했다고 해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머니가 키워주었습니다. 낳아준 것만으로도, 어릴 때 키워준 것만으로도 어머니를 감사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 다음은 자기 인생입니다. 재혼한 남자 눈치보며 자식을 키웠던 어머니 입장을 생각해라. 어머니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머니가 스물다섯에 본인을 낳았다고 했는데, 스물다섯이면 아직 한참 어릴 때입니다. 그때 결혼해서 아이 키우면서 고생하다가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혼자 사는 게 쉽지 않아 재혼을 했을 텐데, 재혼하는 남자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낳은 아이들도 보살피기 힘든데 남이 낳은 아이까지 보살피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재혼한 겁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말 눈물 날 일이에요. 요즘 아이를 버리는 엄마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도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혼자서 고등학교 때까지 길러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분입니까? 부모가 일부러 나한테 상처 주려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다 자기 살기 힘들어서 그런 것입니다. 어머니도 완벽한 인간은 아닙니다.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보고, 어머니를 불쌍하게 여겨야 됩니다. 어머니를 불쌍하게 생각하면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가 다 사라집니다. 자식을 눈치보게 키우려면 재혼을 하지 말지.처음 청년의 질문을 들으면서는 '어떻게 자식을 의붓아버지 밑에서 눈치보게 키우냐, 자식을 그렇게밖에 못키울거면 재혼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제가 청년이 된 것처럼 원망의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어린 나이에 혼자 사는 게 어려워서 재혼했을 거고, 재혼한 남자 눈치보며 아들을 키웠을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눈물 날 일이라는데 제 원망하는 마음이 탁 놓여졌습니다. 그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었으면 당장에라도 아들을 데리고 나오고 싶었겠다. 그 치사함을 누르고 사느라 정말 애썼겠다.
재혼남의 눈치 보느라 그 엄마가 힘들었겠다.만약 나였더라면 하루도 못살았겠다. 자식 제대로 못 키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내 자신이 한심해서 못살았겠다.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그 엄마 입장이 되니 이해가 충분히 됩니다. 지금도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든데 그 엄마 세대에는 더 했을텐데 많이 울었겠다.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 곧 내가 행복해지고, 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 법문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인생은 자신의 것이고, 그 상처를 고치는 건 바로 내 문제기에 나를 사랑하려면 더이상 상처로 인해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청년에게 많이 고맙습니다. 이 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질문하지 않았다면 제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테니까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도 고맙습니다. 이 좋은 법을 저 혼자 듣기 아까운데 기꺼이 읽어주시니 고맙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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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 눈치보며 33살 된 나, 원망하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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