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김이 솟아오르는 잔치국수. 값도 싸고(2천원) 맛도 좋지만,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조종안
한참 얘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수가 나왔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국수에 양념간장과 시금치를 고명으로 얹어놓아 더욱 상큼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는데 맛있게 먹으면서도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 이사하는 상인들 편리를 위해 시에서 중장비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하던데요."지원해주믄 뭐해유. 앞으로 추운 겨울이 닥쳐올틴디, 허허벌판에서 장사가 잘 된다는 보장도 없잖유. 그리고 재래시장 건물을 새로 지어서 성공한 예가 하나도 없다네유.
익산 남부시장이 우리 허고 거의 같은 조건이라고 허는디 물어보고 따지는 남자들이 없어유. 그려서 내가 갔지유. 거기 사람을 만났더니 '우리도 좋다고 찬성 혔는디 결국 망조 들었습니다. 재래시장이 비만 새지 않으면 되지 무슨 유리구두 신고 에스걸레터 타고 2층, 3층으로 올라 댕길 일이 있냐고요'라고 허믄서 음식은 잘못 만들믄 먹어주든지 돼지라도 주지만, 건물을 잘 못 지으믄 몇 십 년 애물단지라고 허는디 그 말이 딱 맞어유."
그리고 익산은 장사 허는 사람들한티 보상금으로 3천만 원에서 최하 5백만 원씩 보상 혀줬드라고유. 그러니 어치게 그냥 이사 갈 수가 있느냐고유. 시장 사람들한티 익산에 댕겨온 얘기를 혔드니 회장이라는 사람이 유언비어 퍼트리고 댕긴담서 머라고 허드라고유. 하이간 웃겨서···."
- 그래도 시장 건물을 3층으로 멋있게 짓는다고 하던데요?"건물을 새로 지으믄 공간을 내줘야 허니께 이쪽 근방은 싹 없어져유. 그리고 1층은 에어로빅 짠짜잔 채리고, 2층은 노래방 만든 데유. 어떤 놈이 시장에 와서 장은 안 보고 춤추고 노래 부르냐고유. 그리고 200억을 가지고 짓는다고 허는디 벌써 다 없어지고 지금은 80억 남었데유. 그 돈으로 어떻게 돈도 안 받고 지어 주냐고유. 익산도 상인들이 평당 1백만 원씩 내고 들어갔데유."
한번은 시청서 조사 나와서 손님이 하루에 얼마나 오냐고 물어보드라고유. 그려서 양심대로 말혔쥬. 2천 원짜리 국수는 팔지만 손님 숫자로 허믄 우리 집이 젤 많을 거다. 하루에 100명은 못 돼도 70-80명은 된다고 허니께 시청 직원이 다른 사람들은 20명-30명밖에 안 온다고 숨기는데 아주머니는 왜 그렇게 화끈허냐고 허드라고요. 그려서 그렇게 장사가 되니께 나갈 수 없다고 혔쥬."
- 내년에 공사를 시작할 모양이던데 반대하는 상인이 그렇게 많나요?"그럼유. 전체 상인이 300명쯤 되는디 처음에는 38명이 반대혔어유. 그런디 늘어나가지고 70명이 넘드니 120명, 지금은 160명이 반대 허고 있어유. 첨에는 다 좋다고 혔는디 여기저기서 말을 들어보니께 그게 아니거든유. 땡전 한 푼 보상도 없는 디다가 이사혀서 장사가 잘될지 불안허니까 반대허는 거쥬."
아주머니와 대화를 마치고 가게를 나오면서 군산시에 당부하고 싶은 말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째는 재개발도 중요하지만, 상인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사 기간에 불편은 물론 시장건물이 준공되고서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 같다. 시장으로 통하는 중동, 평화동, 신영동, 대명동 길들이 하나같이 좁기 때문이다. 해서 주차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훗날 교통대란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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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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