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입구우연히 이 앞을 지나다가 어묵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장태욱
찬바람이 부는 주말에 신제주 제원아파트 인근에서 절친한 형님과 오랜만에 맥주 한잔씩 나눴다. 1년 만에 어렵사리 만든 자리라 그냥 헤어지기가 섭섭했다. 마침 가게 입구에서 끓고 있는 어묵이 눈에 띠어 소주 한 병만 더 마시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젊은 남자가 환하게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주문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이 가게의 사장님이다. 그런데 벽에 붙어 있는 글귀를 읽고 나서는 어묵을 먹겠다는 마음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 이모가 쏜다! 소주1병 +김치찌개 = 5000원'
5천 원만 있으면 둘이 소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반신반의하며 김치찌개에 소주 한 병을 주문했더니, 이집 사장님의 대답이 가관이다.
"손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집 김치찌개는 무한 리필입니다."그렇게 마시다보니 처음에 한 병만 마시기로 했던 소주는 두 병이 되었는데, 그 사장님은 "김치찌개에 소주만 계속 드시면 되겠냐"며 해물전 한 접시에 막걸리 한 병을 서비스로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그날 우린 돈 8천 원에 김치찌개, 해물전을 안주로 소수 두 병과 막걸리 한 병을 마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