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I '신-인왕제색도', '신-몽유도원도(아래)' LED TV, 비디오영상 2009. 생생한 현재와 미래로 복원한 무릉도원이라 할만하다.
김형순
겸재가 비온 후 그린 인왕산 전경, 여기에 색동옷을 입히고 과거가 현재로 되돌아온 것 같다. 봄의 약동, 여름의 녹음, 가을의 낙엽, 겨울의 설경 등이 동시에 담긴다. 첨단IT기술이 이런 작품의 가치를 더 빛낸다. 덩달아 겸재의 이름도 세계적으로 알려진다.
지난번 국립박물관에서 시민들이 몇 시간을 기다리며 봐야했던 몽유도원도, 작가도 거기서 받은 감동을 첨단영상으로 부활시킨다. 화면의 중반 이후에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시뮬레이션도시가 등장한다. 그 건물 광고판에 유명상표의 로고가 보여 웃음이 터진다.
이이남은 이렇게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근거로 현재화한다. 옛 명성을 오늘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모빌(움직이는)페인팅의 가능성과 창작의 폭을 넓힌다. 잃어버린 우리의 꿈과 이상을 작가는 여기서 되찾아주려 했는지 모른다.
앤드 워홀,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와 호흡 맞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