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확인하는 학교급식 식단표.
임선미
지난 20일 딸아이의 학교급식 식단표를 보니, 서리태밥에 쇠고기 미역국, 코다리강정과 호박새우살 볶음, 김치이다. 꽤 전통성을 살린 반찬들이다. 여기까지만 하면 아이들이 서운해 할까봐 디저트로 파인애플도 넣었다. 아이들의 성향을 많이 반영하기 위해 영양사 선생님들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이들은 사실 코다리같은 '어른스러운' 반찬 보다 함박스테이크나 돼지 불고기같은 고기류반찬을 더 선호한다. 아무래도 한창 자라는 아이들인지라 생선류보다 포만감이 큰 육류 반찬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학교급식봉사 경험을 통해 알았다.
딸아이 말로는 그날 학교급식이 어떤가에 따라 급식 후 5교시 분위기도 달라진단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호하는 함박스테이크, 돈가스, 돼지갈비찜같은 푸짐한 고기 반찬이 나오는 날은 아이들도 힘이 나는지 공부를 더 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딸아이의 주관적인 판단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선호하는 반찬인 함박스테이크, 돈가스, 너겟 등이 나온 날은 집으로 들어오는 딸아이의 발걸음도 힘차고 목소리도 밝다. 딸아이가 기분이 좋은 날은, 나도 맛있는 급식을 얻어먹은양 괜히 배가 부르다.
집에서도 못 먹이는 반찬, 여기는 가능하다집 음식과 학교 급식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밥'이다. 집에서는 주로 전기밥솥을 이용한 밥이고 재료도 보리밥, 혼합 곡물밥인데 반해, 학교에서는 한 가지 곡물만을 넣어 짓는다. 예를, 현미밥, 기장밥, 서리태밥 같은 식으로 밥과 함께 하는 곡물을 단일화해서 아이들이 싫어하는 혼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고 애쓰는 노력이 느껴졌다.
더구나 찐 밥이어서 밥도 쫄깃하고 맛있다. 요즘은 고학년이 되어 급식자원봉사 할 기회가 없어졌는데, 예전에 학교급식 봉사를 나가면 아이들을 다 퍼주고 남은 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난다.
아들의 한 담임 선생님은 "집에서보다 여기서 더 잘 먹어요"라고 말씀하시기도. 사실 아무리 전업주부라도 학교급식처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른 반찬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급식은 매일매일 아이들 영양을 생각해 식단을 만든다. 그것도 저비용으로.
딸아이의 학교급식비는 월 4만5000원 전후이다. 하루당 급식비는 우유값 330원을 포함해서 하루 한 끼당 2140원이다. 가끔은 메뉴가 단조롭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부모에게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 적정한 가격과 메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가끔은 급식을 먹었는데도 배고파하는 딸을 보면 솔직히 속상하다. 그럴 때면 어떤 엄마가 말마따라 급식비를 좀 올려 급식의 질을 좀 높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급식비 올린다고 급식 질 좋아질까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