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제림시인 윤제림(50,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교수)이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뽑혔다
이종찬
"할머니를 심었다. 꼭꼭 밟아주었다. 청주 한 병을 다 부어주고 산을 내려왔다. 광탄면 용미리, 유명한 석불 근처다.봄이면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윤제림 '꽃을 심었다' 모두
이번 <불교문예상> 수상작 '꽃을 심었다'는 지난 2009년 <불교문예> 봄호에 발표된 신작시다. <불교문예>는 20일 '꽃을 심었다'에 대해 "'할머니를 심었다'로 시작되는 돌연한 표현수법과 구성이 불교의 윤회와 생태, 자연과 인간의 합일 사상을 형상화한 수작"이라며 수상작 선정이유를 밝혔다.
현대불교문인협회와 계간 <불교문예>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에 <현대불교문학상>을 시상하는 것은 물론 <불교문예>에 발표된 작품을 중심으로 해마다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를 가려뽑아 상패와 상금을 주고 있다. 지난 2006년에 처음 제정된 이 상은 지금까지 제1회 하종오, 제2회 최두석, 제3회 박남철 시인이 받았다.
이번 제4회 불교문예상 심사위원은 시인 박수완(현대불교문인협회 회장), 문학평론가 장영우(불교문예 편집위원), 시인 공광규(불교문예 편집주간)가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2일(토) 오후 5시 인사동 사거리 아리랑가든(723-7311)에서 현대불교문인협회 및 <불교문예> 송년회를 겸 치러진다.
낯설게 하기, 놀라게 하기"할머니를 심었다"고 하는 돌연한 표현은 수사법상 놀라게 하기이며, 할머니를 묻었다는 내용의 낯설게 하기인 것이다. 놀라게 하기나 낯설게 하기는 시인의 수사를 넘는 인식체계이다. 그래서 이 시는 불교적 인식의 시이다"-'심사평' 몇 토막 불교문예상 심사위원회는 이번 수상작에 대한 심사평에서 "윤제림은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라는 생태적 인식을 하고 있다"라며 "사람을 묻는 것과 심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묻는 것은 저장으로서 의미이지만, 심는 것은 소생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사평은 이어 "소생에 대한 기대는 '꼭꼭 밟아주었다'는 정성과 '청주 한 병 다 부어주'었다는 주검에 대한 전통적 제례의식을 통해 구체화된다"라며 "이 시에서 '광탄면 용미리'라는 장소적 공간은 독자가 공동묘지로 인지하고 있는 지역을 통해 할머니의 죽음과 장례를 구체화하고 있다. '석불 근처'는 시를 불교적 상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공광규 시인은 "사람이나 짐승, 초목을 막론하고 몸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업만은 영원히 살아 다른 육체나 물질에 옮아가며 수레바퀴 같은 생사를 끊임없이 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사상"이라며 "우리는 불교의 고유 사상과 세계관을 현재적 정서로 형상화한 윤제림을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