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성균관대앞에서 일제고사로 친구간에 생기는 문제를 보여주는 행위극을 하고 있습니다.
유영민
그런데 일제고사로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진아로 분류된 아이들은 그 자체가 주는 부담에 보충수업까지 하느라 더욱 바쁘다. 보충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동의는 구하지도 않아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한 셈이다. 인천에서는 성적이 높은 아이들을 불러 교장이 3-5천 원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돈으로 보상함으로써 자기 성취감마저 뺏어간 것이다. "우리학교가 꼴찌"라는 자학교육관으로 학생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관리자들도 있다.
정서적 무력감도 커졌다. 잦은 시험으로 학생들이 수업의 흥미를 잃어 폭발직전까지 간 학급이 많아졌다. 특히 여름방학 보충수업으로 지친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들도 매우 힘들어했다. 흔히 초등학교 6학년은 사춘기라서 교사와의 관계보다 친구관계를 중요시하고 자기존재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는 시기이다. 그런데 날마다 시험지 앞에 몰아넣고 OMR카드 연습에 사지선다 번호고르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시험풀이 불량교육으로 전인교육 파괴되고 교사전문성 훼손 우리 나라 공교육은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7차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교육목표를 보자.
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교육 목표 |
초등학교의 교육은 학생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배양과 기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자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다. 나. 일상생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기초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경험을 가진다. 다. 다양한 일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학습 경험을 가진다.(중략) 교육부 교시 1997-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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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초등교육의 핵심은 목표에서 제시한 "~한 경험을 가진다"를 구체화시키는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과 경험, 조작활동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있다. 초등학교 교사의 전문성은 교육과정 재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적 경험을 조직하고 과정 지향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활동을 단답식 일제고사로 평가한다는 것은 초등교육 목표에 어긋나고, 교육과정과 수업을 왜곡하는 반교육적 정책이다. 단답식 시험에 사고력이 필요한 학습이나 예체능 교육이 축소되면서 전인교육도 불가능해진다. 시험점수를 강조하다보니 인성교육도 시험점수에 좌지우지된다. 특히 시험풀이수업은 시험점수는 조금 올릴지 모르지만 전인교육이나 초등교육 목표에는 반하는 불량교육이다.
영국에서도 이런 시험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경고하였다. 권위있는 초등교육연구기관에서 학교교육과정이 영어와 수학에 치중하고 미술, 음악, 연극, 역사, 지리 등 다양하고 균형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이렇게 결핍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교육을 망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도 궁핍해지므로 하루속히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초등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집평가규정 어긴 교육당국부터 처벌해야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강행하고 있는 일제고사는 교육법도 어기고 있다. 교육과정에는 목표와 과정, 평가까지 규정하고 있다. 특히 7차교육과정에서는 교사의 평가권을 존중하고 있다. 게다가 평가 방식이나 표집평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 평가는 시․도 또는 지역 교육청별로 일정 수의 학교를 표집하여 몇 개의 학년과 몇 개의 교과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다. - 7차 교육과정 해설서학교가 교육 과정 편성․운영 등 수업이나 학사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관할청에서는 시정 또는 변경 명령을 할 수 있으며(법 제 63 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학교의 폐쇄(법 제 265 조)까지도 명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 7차 교육과정 해설서이 조항을 보면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일제고사 대비 시험을 보는 교육청과 학교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10월에 일제고사를 중간고사로 대체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면피용으로 공문 한 번 보낸 것도 이런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처벌은 사실 표집평가를 어기고 전수평가에 점수까지 공개한 교과부가 먼저 받아야 한다.
국가 책무성과 공교육 역할 왜곡일제고사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또 일제고사는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을 왜곡하면서 국가의 책무성을 축소하게 만든다. 공교육의 목적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질의 교육(헌법에서 규정)을 제공하게 되어 있다. 현재 지역격차와 가정 양극화, 과밀학급과 부족한 법정 교원 구조 속에서 교육내용까지 학생들에게 부담이 많아 사교육없이는 제대로 공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학습부진은 가정환경변인, 문화 변인, 학습부진 누적이나 인지장애 등 복합적인 상황인데 문제풀이수업으로는 결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치료를 해야 하거나 복지관점에서 지원을 꾸준히 해야만 하는 가정도 있다. 그런데도 부진아만 내세워 시혜를 베푸는 듯 하면서 결국은 일제고사 점수로 학생, 학부모, 교사를 줄세우며 무한경쟁 구조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게 한다. 이런 방법으로 부진아 구제나 격차 해소는커녕 학생들의 자신감까지 잃게 만들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사회의 재원으로 미래의 새싹인 학생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제고사는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비젼과 지원 없이 시험으로 학생들을 분류하고 낙인만 찍고 있다.
학생의 자발성과 자신감을 지원하는 핀란드 교육 일제고사 폭풍 속에서 앞으로 우리 교육은 어떻게 가야 할까? 일단 일제고사 폐해를 널리 알리고 일제고사 폐지만이 현재의 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임을 확신시켜야 한다. 여기에 경쟁교육이 내재화된 우리 나라와 달리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성적이 높고 학생 만족도도 높은 핀란드 사례를 국가모델로도 제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피사평가에서 연이어 1위를 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된 핀란드. 우리와 같은 국가교육체제이지만 학생들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학생간 격차가 거의 없어 하위권학생이 다른 나라 중위권보다 점수가 높을 정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핀란드는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고, 학생평가가 중학교까지 없으며 교사평가나 장학제도조차 없음에도 교사 수준이 가장 높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며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내이고, 한 학급에 보통 2명(특수교사 포함)의 교사가 들어간다. 국가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 학습, 교육에 영향을 주는 요인까지 세밀하게 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적다. 학생발달단계에 맞춰 교과교육과정이 학년군으로 제시되고 교과목표들이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부진아가 20%? - 미리 지원하여 예방하기특히 장애, 질병, 결핍에 의해 성장, 발달, 학습의 전제 조건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 20%에게 특별한 교육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학습부진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학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이 학생들의 자발성과 자신감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준별 학습보다 통합학습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기초에는 교사가 학부모와 학생, 전문가간 면담을 통해 1년간의 학습계획을 같이 세운다. 학생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해 장단점을 공유하고 노력할 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학생은 이 계획에 따라 학습을 해 나가고 학습과정 결과는 학부모에게 계속 알려준다. 스웨덴에서도 이걸 본받아 2005년 개인별 발달계획을 법제화했다.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와 대안교육과정 연구 활성화첫째,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를 통해 협력하고 상생하는 국가교육모델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핀란드는 30년 계획을 세워 사회적 합의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변화된 사회에 맞는 학력의 개념과 학생의 전면적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둘째, 교육외적인 것과 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학습당 학생수 감축으로 학생 개개인의 발달을 배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핀란드처럼 수업에 2명의 교사가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상적인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내용의 양과 수준도 적정화해야 한다. 이는 국가교육과정 성취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전교조에서 그 동안 주장해왔던 정책 대안과 대안교육과정 연구가 그 토대가 될 것이다.
셋째, 학습부진아 정책을 지원중심으로 전면전환해야 한다. 학생에게는 교과학습 능력과 생애능력(생활 능력)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교과측면에 치중하여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한다. 학습부진아 개념이나 학문적 연구, 지원 프로그램이나 전문적인 교사도 부족하다. 일제고사보다는 이런 정책이 학습부진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농어촌지원교육법을 통해 지역격차를 줄이는 것도 사회적으로 같이 추진이 되어야 한다.
넷째, 스웨덴의 발달대화와 개인별발달계획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개인별 발달계획은 학생의 발달과 성장에 대한 포트폴리오로, 만6세 유아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누적시켜 가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와 학부모와 같이 자기 평가와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의논하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교육과정과 학습의 주체로 설 수 있다.
우리 나라 상황을 보면 점수가 아니면 학생들의 실력을 알기 어렵고 학교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교사도 학습활동과 결과를 수행평가 서술어로 나타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학부모와 교사간 소통이 부족한 점도 있다. 발달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계획을 같이 계획하고 학부모와 공유하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교육의 협력구조가 만들어지고 책임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일제고사 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