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앞에 걸린 박정희 현판(충의사)를 떼어내고 있는 양수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 양 씨는 이 일로 구속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정희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서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중략)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 (<만주신문> 1939년 3월 3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혈서(血書)'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과 아산 현충사에 걸린 친필 현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충의사(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소재) 본전에는 매헌 윤봉길 의사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문제의 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윤 의사의 의거일에 맞춰 1968년 4월 29일 이곳을 방문해 준공식 겸 의거 기념행사를 하면서 내걸었다. 가로 183cm에 세로 83cm의 검은색 바탕의 현판에는 흰색으로 '忠義司'라고 가로 쓰기 한 후 우측에는 세로글씨로 '1968년 무신년 4월 대통령 박정희'라고 적혀 있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도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달려 있다. 그는 재임 18년 동안 충무공 탄신일 행사에 14번 참석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충무공 이순신의 충무정신을 맹목적 애국주의와 결부시켜 정권안정화를 꾀했다. 1966년부터 197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시도하면서 성역화 실무자회의에 까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은 국보급 문화재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양수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은 지난 2005년 3.1절 아침에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남 예산 충의사에 걸려있던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전격 철거했다. 그는 철거이유에 대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윤봉길 의사의 사당에 친일파 박정희의 현판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국가가 나서서 철거해야 되는데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아 직접 나서게 되었다. 과거사법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보급 문화재보다 더 귀한 대접 받는 '박정희 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