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먹이를 먹는 흑두루미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 흑두루 150여 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다.
이경호
이런 순천만은 다행히 아직 잘 보전되어지고 있는 듯 했다. 데크 설치를 통해 습지에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대밭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측면으로 설치하여 갯벌과 갈대를 조금 더 보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또한 넓은 농경지에 찾아온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여 흑두루미의 안정적인 월동지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생물종다양성협약을 통해 농민들에게도 수확 후 볏집을 팔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흑두루미의 안정적인 먹이공급처를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96년 80여 마리에 불과하던 흑두루미가 현재는 200여 마리 월동하고 있다고 한다.
흑두루미는 일본 이즈미시에 대부분이 월동하며 소수개체만이 우리나라 등에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즈미시에 집단으로 월동하여 전염병 등을 통한 집단 폐사가 우려되고 있어 대체 월동지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순천만에 흑두루미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는 모양이다. 목포~통영간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었는데, 이곳은 습지보전지역을 관통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현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흑두루미 휴식처 역할을 하는 지역을 관통하여 지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습지보전지역과 람사르 사이트로 지정된 곳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함께한 습지탐사단원들은 너무 안타깝고, 순천만을 찾아오는 흑두루미와 독수리 등이 영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순천시장은 습지보전지역 지정을 확대해 나갈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순천만이 자연상태 그대로 보전되어 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보였다. 순천시가 순천만을 통해 진정한 생태서울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