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이고 붓질 몇번만 쓱쓱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밥아저씨가 그린 것 같은 가을 풍경 속 산막이 가는 옛길입니다.
임윤수
밥 아저씨가 다녀간 모양입니다. 뜬금없이 밥 아저씨가 누구냐구요? 그 왜 있잖습니까. TV에 나와서 붓질 몇 번 쓱쓱 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TV 속의 곱슬머리 아저씨 말입니다.
마음을 따라 찾아간 고향마을, 산막이 가는 옛길로 복원된 그 길에 드리운 늦가을은 밥 아저씨가 자주 그리던 물가의 풍경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열심히 탄소동화작용을 하였을 나무들이 겨울잠에 들려고 옷을 벗고 있는 찰나, 치렁치렁 하였던 이파리 옷들은 이미 벗어버렸고, 속옷처럼 알록달록하게 걸치고 있던 단풍잎들을 막 벗고 있는 순간입니다.
얼마만의 이파리를 속옷처럼 입고 있는 나무들이 물가에 앉아 살짝살짝 흔들립니다. 동심으로 바라보니 잠들기 전에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고, 연정의 마음으로 보니 잠자리를 유혹하는 여인의 애교며 비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