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릉의 헌원묘 감실 안에 모셔져 있는 황제 석상.
모종혁
매년 4월 5일은 중국 전통 명절인 청명절(淸明節)이다. 청명절에 중국인들은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종이돈을 태우는 풍습이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명절 중 하나였지만, 청명절은 오랫동안 잊혔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래 중국은 청명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청명절 풍습도 미신이라 여겨 한동안 성묘조차 철저히 금지했다.
이런 청명절이 되살아 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중국정부는 청명절, 단오(端午), 중추절(中秋節)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전통 명절과 풍습의 의의를 되살리고 이를 줄곧 지켜온 대만, 홍콩, 마카오 주민과 해외 화교를 아우르려는 의도였다.
중국 각지의 청명절 행사 중 가장 성대한 것은 단연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황링(黃陵)현 황제릉에서 거행되는 공제(公祭)다. 황제릉 공제는 '중국인의 시조'라 불리는 황제에 대한 제사 의식이다.
청명절 공제가 열리는 날이면 거대한 황제릉은 참배객으로 들끓는다. 중국 각지에서 온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든 화교로 발 딛을 틈이 없다. 황제릉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각종 플래카드로 나부낀다.
"황제는 영원히 변치 않는 중화민족의 시조(始祖)다" "황제의 혼과 정신을 받들어 민족혼을 불러일으키자"…. 공제가 중화민족의 단결과 부활을 고취시키는 한마당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공제 행사 내용은 이런 정치적 색깔이 더욱 짙게 표출한다.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의 당․정․군 지도자들이 참석한 채 거행되는데, 행사 시작 시 도우미들이 56개의 누런 깃발을 먼저 들고 입장한다. 황색은 중국을, 깃발은 56개 민족이 하나로 단결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제사 도중에 황제의 혼령을 부르기 위한 초혼(招魂)으로 북을 34번 친다. 이는 대만을 포함해 홍콩, 마카오와 중국 31개 성·시·구를 황제의 이름 아래 묶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