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당의 사옥 구관 4층에서 손수 차를 준비하시는 이기웅 사장님
이안수
타나베 선생님을 비롯해 우리 일행은 이 사장님의 안내로 서점과 전시장 등 열화당의 사옥을 살피고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로 장소를 옮겨 북시티의 탄생에 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북시티 내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이닝 노을'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이 사장님께서 나고 자라신 강릉 열화당이 있는 선교장은 잘 관리되고 있지요?"
저는 얘기의 막간을 이을 요령으로 인사치레의 물음을 물었습니다.
"무슨 체험교육장 같은 곳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반듯하지가 못해요."
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답변이었습니다.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씀이군요?"
"집안에 제사가 많습니다. 어릴 적 제사를 모시는 날에는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정성껏 제상을 차렸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할머니가 오십니다. 우리 눈에는 완벽하게 놓였다고 여긴 그 차림의 제기들을 할머니는 일일이 5mm쯤 돌려놓거나 1-2cm쯤 옮겨놓곤 했지요. 할머니 눈에는 그 1-2cm의 차이가 턱없이 커보였던 것입니다. 엉망입니다."
이 사장님은 할머니의 눈으로 지금의 선교장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5mm 혹은 1-2cm의 디테일이 성에 차지 않은 것이지요.
저는 이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5mm 디테일'에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거충거충'이 만연한 이 시대에 격조와 품격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젊은 며느리들은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그 할머니의 디테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