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타워팰리스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진은 지난 3월 19일 오후 짙은 안갯속 타워팰리스의 모습이다.
선대식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아직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이미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부동산시장의 투기는 주로 돈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은행들이 대규모 대출을 해주면서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돈 있는 사람들조차도 물려 버린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온갖 부동산투기 조장정책을 쏟아 내고 일부 언론의 온갖 선동에도 부동산시장은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그치고 있어 투기수요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2008년 전국의 총 아파트 수 714만호 가운데 공공임대아파트 85만호를 제외한 629만호가 매매가능한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2005년 기준으로 주택 자가소유율은 전국 평균 55.6%이고 서울은 44.6%에 불과합니다. 수도권 전체로도 50.2%에 불과합니다. 일반주택보다 훨씬 고가인 아파트는 자가소유율이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설명의 편의상 아파트 자가소유율을 주택 자가소유율과 같다고 간주하여 아파트 소유구조를 분석해 봅시다. 이 경우, 은행 빚을 얻어 아파트를 산 사람까지 포함하여 아파트의 자가소유자는 356만호 가량이며, 나머지 273만호는 전월세 아파트에 삽니다. 또 자가소유자 365만호 중 은행 빚을 내 아파트를 산 사람이 150만호 가량이며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산 사람은 206만호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즉 208만 명이 최소한 481만호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이는 1인당 평균 2.3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왜냐하면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 가운데에도 은행 빚을 얻어 아파트 투기 매입을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조사분석 결과, 지역별로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평균 아파트 보유 수는 서울이 4채, 경기 2.3채, 인천 2채로 나타났으며, 부산은 3.4채, 충남 3.1채, 대구 2.5채, 대전 2.4채, 광주 2.1채, 울산 2.2채로 나타났습니다. 투기가 심한 지역 순으로 아파트 다주택 보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중 충남의 3.1채는 행복도시 건설과 관련하여 수도권지역의 원정 투기자들이 많은 때문으로 보입니다.
부동산투기 조장하는 정책에도 한계 드러내는 투기 수요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2008년 종부세 납부 현황도 이 같은 투기적 거래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현 정부가 세대합산 과세에서 개인합산 과세 방식으로 종부세법을 개정한 영향으로 종부세 납세자 가운데 2주택 이상 다주택보유자 수는 2007년의 22만8667명에서 2008년에 6만1662명으로 1/4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 1채 보유자 수는 2007년 15만2969명에서 2008년에는 18만2490명으로 20% 가량 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3채 이상 보유자의 경우에도 2007년에 비해 2008년에 모두 절반 가량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채 이상 보유자는 1채당 평균 공시가격 기준으로 3억원만 잡아도 9억원을 넘기 때문에 수도권 거주자가 대부분으로 종부세법 개정에 관계없이 과세대상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는 2007년과 2008년에 종부세 납부 다주택 보유자 수는 크게 변화가 없어야 합니다.
이처럼 3채 이상 다주택 소유자들의 숫자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은 이들 다주택 소유자들이 2008년에 대거 주택을 처분했거나 종부세 면세 임대사업자로 전환했든지 아니면 임대사업자들이 미임대(최대 2년) 위장신고로 종부세를 피해가고 있든지 세 가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2008년 말의 종부세법 개정에서 종부세 면세 임대사업자의 범위도 대폭 늘려 종부세의 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다주택 소유자들이 2008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가격 급락으로 대거 보유주택을 처분한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다주택을 소유한 대표적인 사람들은 이른바 고소득 내지는 신용도가 높은 직종의 의사, 변호사, 약사, 검사, 판사 등 이른바 '사'자 붙은 사람들과 기업인, 정치인, 공무원들입니다. 물론 일부 언론사의 상당수 언론인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부동산 관련 언론보도의 대부분이 근거 없는 투기 선동 일색인 이유가 바로 적지 않은 언론인 자신들이 부동산 투기의 당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 투기여력이 있던 아파트 다주택 보유자들이 작년 후반 이후 가격하락으로 물려 버렸습니다. 아파트가격은 떨어지는데 금융위기로 원화 대출금 상환 압력이 커지고 엔캐리자금 등 외화 대출에 손을 댄 사람들은 엄청난 환차손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들이 부동산 덫에 물린 바람에 은행들도 이들에게 더 이상 투기자금 대출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언론사 관계자 중에는 소득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은행 빚을 얻어 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거의 모든 언론사에 널려 있으니 부동산 관련 기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