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야생동물 vs 인간> 중 한 장면.
KBS
영화 <죠스>는 매우 매력적인 영화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미지의 바다 속에 살고 있는 공포의 식인상어와의 한판 승부. 그러나 영화의 성공 이면에는 '상어'라는 동물에 대한 과장된 공포와 무분별한 포획·사냥이라는 씁쓸한 후문이 남았다. 실제로 상어는 무척 섬세하고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며 극한의 상황이 아닌 이상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상어보호협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던 스필버그와 원작자 피터 벤츨러는 상어보호협회에 상당한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가 준 영향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지난여름, '식인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대한민국에 등장했다. 그 상대는 멧돼지. 물론 지금이 멧돼지들이 수난을 당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환경부는 최근 '도심 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19개 시·군의 수렵장에서 총기 등을 활용해 포획할 수 있는 멧돼지의 개체 수는 당초 계획한 8063마리에서 2만 마리로 늘어나며 엽사 1인당 포획할 수 있는 멧돼지도 3마리에서 6마리로 늘어났다.
농촌지역에 출몰하여 피해를 주는 멧돼지들은 물론이거니와 멧돼지들이 주로 도심에 등장하는 시기가 되면, 정부는 말할 것도 없이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호들갑에 가까울 정도다. 그리고 그 공포는 '퇴출', '전면전', '소탕' 등의 단어와 함께 등장한다. 멧돼지를 잡는 소방관들의 활약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희귀동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멧돼지의 죽음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더욱 당당하다. 2005년 서울 시내로 진입했다가 한강에서 익사된 멧돼지를 포획할 당시 "꼭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어야 했냐"는 문제제기에 "귀한 동물도 아닌데 살려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정책, 과연 합리적인가? 물론 도심에 갑자기 등장한 200kg의 거구 멧돼지는 공포를 넘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멧돼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방법 역시 무섭다. 멧돼지의 개체수가 불어나고 도심까지 밀고 들어오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원인에 대한 반성은 전무하다. 급박하게 골칫덩이 동물을 소탕해주는 엽사들이 보호라는 단어를 단체명에 붙인 채 등장해 동물전문가임을 자처한다.
개체수가 불어나 이를 조절해야 한다면 그 전문가들에는 해당동물을 잡는 전문가뿐 아니라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의무에 대해 발언하는 전문가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관리대책회의에 정부가 참여시켰다는 동물전문가는 동물수렵전문가일 뿐 동물복지전문가가 아니다.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에 대한 담론 없이 일방적으로 공포의 존재를 괴물처럼 설정해 놓고 퇴치의 극적 드라마를 써 내려가는 것, 이쯤 되면 인간이 공포 그 자체다.
게다가 이번 결정은 2006년 초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특별관리 추진계획과는 다르다. 당시 환경부는 2년간의 조사를 통해 수도권 지역에 전국 평균 2배 높게 서식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당시 조사의 정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었다. 실제 조사지역 중엔 수렵문화 확산이 주요 목적인 수렵단체 관계자들을 견제해야 할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빠진 가운데 이루어진 곳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한겨레> 2006년 4월 27일자 기사).
개체수 조사에 따른 정책결정에도 의문이 제기될 정도인데 이번 결정은 개체수 조사결과에 따른 것도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정책의 결정은 멧돼지의 잦은 도심출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이 올해 들어 "멧돼지가 25차례 출몰"했고 이것은 그간 10여 차례 출몰한 것에 비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만여 마리 소탕작전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사냥은 문제 해결의 궁극적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