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헌책방...우리글방 북 카페...
이명화
북카페 책장에는 시집을 비롯해 오래된 잡지와 책들이 놓여 있고, 카페 주방 옆에는 오래된 LP판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정성어린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고 편안한 북카페였다.
적당히 오래 되고 낡은 것들은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 오래 되어 보이고 그래서 예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북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한 잔에 1천원, 굳이 차를 마시지 않아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 곳이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욱 좋은 곳,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옆에 아무도 없다 하여도 책과 음악과 따끈한 커피가 있어 비 소리 듣고 앉았노라면 홀로 충만할 것 같은 곳이다. 조용히 흐르던 음악이 흐르다가 끊기는가 싶더니 '백학'이 흘러나왔다. 아~이렇게 비는 내리는데, 어쩌자고 음악까지 나를 사로잡아 예서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가. 책을 들고 있었지만 잠시 책 속의 활자는 온데간데 없고 음악에 깊이 빨려 들어갔다.
거리엔 여전히 비... 처마 끝에 은구슬처럼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한데를 내다봤다. 거리는 흠씬 젖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 지하 1층에서부터 2층까지 책을 쭉 둘러보았다. 잘 진열되어 있어 책을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참 잔손이 많이 닿았겠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빌려 읽었거나 잊어버린 책들 몇 권을 구입했다.
헌책방에 모여 있는 수많은 책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름 모를 사람들이 자신의 지문을 찍으며 밤새워 읽고 또 읽었을 책들이 여기 나와 있다. 어떤 책장 뒷날개에는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을 읽고 난 뒤 헌책방에 온 듯 이름, 사인 등이 적혀 있기도 하고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그은 책들도 있었다.
내가 구입한 책은 어떤 사람이 읽었던 것일까 궁금해진다. 책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남편과 함께 북카페로 내려가 다정히 커피 한잔씩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좀더 앉아 있고 싶어 소파 깊숙이 앉았는데,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재촉하는 남편 따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 했다.
집 근처에 북카페가 있다면 매일 죽치고 앉아서 책의 바다에 깊이 헤엄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어도 좋으련만 아쉽다. 우리 집 근처에 통째로 옮겨놓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왔기에 보수동 책방마다 둘러본 뒤 찾던 책을 몇 권 발견하는 기쁨도 누리며 어두워졌을 때에야 비로소 집으로 향했다.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는 '우리글방'이 있다. '우리글방'에는 북 카페가 있다. 사연과 사연을 가진 오래 된 책들이 있는 헌책방에서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할 때,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마음부자가 된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 우리글방으로 오시라. 거기서 뜨거운 차, 혹은 커피 한잔 마시며 우리 다정히 이야기 나눠보지 않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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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 헌책방 거리엔 '우리글방' 북카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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