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후 기자회견을 하는 히노하라 박사사진 왼쪽은 통역을 맡은 '시니어커뮤니케이션' 이완정 대표
유경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히노하라 박사 자신은 2013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노년학대회에 초청받았다며 꼭 오겠다고 했지만 나 같은 사람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분이기에 주제를 좀 더 좁혀서 깊이있게 다루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 문제, '노인'의 정의 변경, '신노인회' 출범과 활동, 노화의 이유, 노화 촉진 요인과 향후 연구 영역, 노화방지의학의 경향, 자신의 일상생활과 건강상태, 현재 진행 중인 노화 연구, 인간의 영성, 건강의 본질, 시 낭독으로 이어지다보니 의학전문가들에게 필요한 내용과 대중적인 내용이 섞여서 그 의미가 좀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서로 사랑하자, 창조적으로 살자, 인내하자, 젊은 세대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자'라는 네 가지 사명을 가지고 2000년에 출범한 일본의 '신노인회' 활동은 지난 2007년도 강연에서 소개한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 세대 진입으로 회원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2008년부터 우리나라의 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도 신노인문화운동인 '시니어 코리아' 운동을 펼치면서 신노인상(자립하는 노인, 공헌하는 노인, 지혜로운 노인, 존경받는 노인) 정립에 나섰는데, 이와 관련해서 히노하라 박사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로 사회를 새롭게 바꿀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주위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988, 구십구(99) 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가 요즘 우리 어르신들의 가장 강한 소망이며 구호여서, 서울에 권역별로 건립할 예정이라고 엊그제 발표된 대규모 노인 복지타운 이름도 가칭이긴 하지만 '9988 복지센터'다.
9988의 삶을 살고 계신 분을 실제로 눈 앞에 보면서 또 한 번 절실하게 느꼈다. 삶의 내용이 있고 자존감이 있어야 9988도 의미가 있지, 몸만 88하면 무엇하겠는가. 다음에는 우리나라 9988 어르신의 강연회에 참석해 보고 싶다. 우리에게 맞는 노년 역할 모델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르신이든, 일본의 어르신이든 자신의 삶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정성껏 살아가고 계신 분을 뵙는 일은 우리 아랫 세대들에게 복이다. 히노하라 박사의 말씀 중 아래 소개하는 대목이 내 가슴에 와서 콕 박혔다. 노년과 죽음을 일과 공부 주제로 삼고 있는 내게 꼭 필요한 말이어서일 것이다.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는 건강할 때도, 나이 들어서도, 아플 때도, 그리고 죽음이 닥쳐왔을 때도 그 자체에서 삶의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