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주위 경관도 아름다울 뿐더러 경내가 아주 정갈하다.
김종길
죽은 소의 워낭을 손에 들고 노부부가 소의 영혼을 위로하다 - 워낭소리
독립영화로 깊은 감동을 준 '워낭소리'도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노부부가 힘겹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 워낭을 손에 들고 죽은 소의 영혼을 위로하던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사실 이곳에서 촬영된 데에는 유리보전 앞에 있는 늘씬한 노송 한 그루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옛날 명호면 북곡리에 남민이라는 사람의 집에 뿔이 셋 난 송아지가 태어났다. 그 송아지는 몇 달 사이에 덩치가 엄청나게 커져 힘이 셀 뿐 아니라 성질도 매우 사나웠다.
연대사 주지가 남민의 집에 시주를 부탁하여 송아지를 데리고 와서 짐을 나르는 데 썼는데 송아지는 매우 순하게 일을 해내었다. 덕분에 가파른 산등성이에 절을 짓는 대역사를 치러낼 수 있었다. 어느 날 이 송아지가 힘을 다했는지 죽어 절 앞에 묻으니 그곳에서 가지가 셋 난 소나무가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세뿔 송아지 무덤三角牛塚'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무리 힘 좋은 소라 하더라도 얼마나 고달팠겠는가. 사람은 소에게 필요에 의해 주지만 소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준다. 지금도 유리보전 앞 사리탑에 가지가 셋인 소나무가 청량산을 바라보며 서 있다. 가지가 셋인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사리탑에서 워낭을 들고 소의 영혼을 위로했던 노부부의 장면이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