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이곳저곳에 널린 사일리지 모음. 추수가 끝나면 볏짚은 논에 깔아 거름도 하고. 사일리지도 만들고, 버섯농장에 팔기도 한다더군요.
조종안
처음 보는 거라서 신기하기도 했는데, 이사해서 사귄 포도농장 주인에게 들녘 여기저기에 하얀 비닐 덩어리가 있던데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소 먹이라고만 할 뿐 더는 설명을 들을 수 없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소 먹이인 것만 알았지, 언제부터 사일리지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재료는 무엇이 들어갔고, 왜 하얀 비닐로 싸놓았는지 등은 모른 채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그런데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사일리지가 들녘에 등장, 궁금하고 답답했던 1년 전 마음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제나저제나 미뤄오다 오늘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정육점 주인을 찾아갔다. 마침 따뜻한 볕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에 고기를 사러 온 게 아니고, 사일리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며 궁금했던 점들을 하나씩 들려주었다.
그런데 정육점 주인도, 볏짚에 발효제를 뿌려 둥그렇게 말아 하얀 비닐로 감싸두었다가 소에게 먹인다는 것 외에는 잘 몰랐다. 그래도 정육점 주인답게 사일리지 속에는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아 소가 먹으면 육질이 좋아진다는 부연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소에게 먹이려고 수입하는 건초보다 값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도 알려주었는데 대화는 짧게 끝났고,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생각나지 않아 어쩔거나? 하고 있는데 전문가에 버금가는 사람을 소개해주었다.
"소가 먹는 거 허고 관계되는 문제는 저짝 농협서 운영허는 주유소에 가믄 아는 사람이 있을꺼유. 그런 일허는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거든유. 가만있자, 빨간 차가 있는 거 봉게 '김성만'(44세)이가 와있는 개빈디 갸한티 물어보믄 자세히 알려줄꺼유··." 이름과 나이까지 알려주는 친절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정육점을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과 어려운 방정식 문제를 가지고 수학을 잘하는 급우에게 물어보러 다니던 학창시절이 생각나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사일리지에 대한 궁금증, 1년 만에 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