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기숙사 신관 모습.
김한영
하지만 후보별 지지율에서 보여주듯 한나라당 박 후보의 지지율은 22.3%에 불과했다. 반면, 비록 지지표가 갈렸지만 민주당 이 후보(50.5%)와 민노당 안 후보(25.5%)의 지지율 합계는 76.0%에 달했다.
이는 성대 학생들의 표심이 보수 성향 보다는 진보 성향이 훨씬 강세였음을 말해준다.
이는 20대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보수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대 학생들의 재선거 투표참여와 표심은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한 누리꾼은 성대 재학생과 동문들의 홈페이지인 '성대사랑'에 '재보선, 성균관대 절반의 승리'란 제목의 글을 올려 "성대생들은 이번 재선거에서 각 정당에 20대의 실제적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는 더 높은 투표율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 "타 지역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투표율을 계속 보여준다면 성대는 단순히 하나의 투표소를 넘어서 한 지역의 권력구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학생자치기구, 투표 참여 유도 이번 재선거에서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데는 대학 당국과 각 단과대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들로 구성된 이른바 '성대 대학생 유권자행동'(이하 유권자행동)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올해 초 기숙사를 추가로 신축해 학생들을 입주시키면서 주민등록 전입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는 학생은 모두 3800여명으로 늘어났고, 이들 가운데 3400여명이 이번 장안 재선거 유권자가 됐다.
이처럼 기숙사내 학생 유권자가 늘어나자 대학 당국은 장안 재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 학내 투표소 지정을 요청했다. 학생들의 투표 편의를 돕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장안구선관위는 투표구 조정을 거쳐 대학구내에 율천 8투표소를 설치하게 됐다.
대학 당국은 또 투표 당일인 28일 오전부터 구내방송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소 위치와 투표시간 등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소중한 한 표를 놓치지 말라"고 학생들의 투표참여를 유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대 기숙사 학사장을 맡고 있는 이석용 교수(약학)는 "이번 재선거 선거운동기간과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면서 학생들이 후보들의 선거공보를 잘 보지 않고, 투표하는 곳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학생들의 투표 편의를 돕고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라는 취지에서 구내방송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 참여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도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학생들의 자율조직인 유권자행동의 투표참여운동도 효과를 더했다. 유권자행동도 선거 당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대자보 등을 통해 학생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학생들 스스로 잠자는 동료 학생들의 표심을 흔들어 깨워 투표소로 이끌었던 것.
유권자행동은 선거기간에 중간고사가 치러져 학생들이 선거에 더욱 무관심해지자 대자보 설문조사를 벌여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 등 학생들의 관심사항을 파악해 이를 후보 측에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 공개하는 등 후보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에도 힘썼다.
이처럼 학교 당국과 학생 자치조직들의 투표유도 노력에 따라 이번 재선거에서 성대 기숙사 학생 유권자 가운데 최소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 선거법, 유권자 판단 돕는데 한계"... 학교 측 후보토론회 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