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은행 줍는 어르신어떻게 올라가셨을까요?
박병춘
11월 첫날 오후, 건물 옥상에 올라 이곳저곳을 조망하는데, 한 어르신께서 반대쪽 창고 건물 옥상에서 은행을 줍고 계십니다. 가끔은 손에 닿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은행을 털기도 하시네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낙엽이 빚어낸 가을 풍경 속에 어르신의 은행 줍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그런데 건물 주변에 사다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저 옥상에 어떻게 올라가셨을까요? 저는 사진을 찍으며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다 줍고 나면 분명히 온 길 되짚어 내려가실 테니까요.
어르신께선 한참 동안 은행잎을 걷어내며 은행을 줍고는 비닐 봉지에 담았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나뭇가지도 흔들어 은행을 터시고, 옥상 은행을 남김없이 주웠다 싶었는지 퇴로를 찾아 내려오십니다.
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습니다. 옥상에서 곧바로 산자락과 통하는 길이었습니다. 언제 저 길을 봐두셨을까요? 살며시 발걸음을 옮기니 이내 옥상에서 산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곤 상당히 가파른 언덕을 조심스레 내려와서 무사 귀환합니다. 휴우! 잘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