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워크>겉표지
랜덤하우스
<시인>으로 인기를 얻은 마이클 코넬리의 <블러드 워크>도 짜릿한 긴장감을 맛보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의 초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FBI 프로파일러 출신의 테리 매케일럽에게 정체 모를 여인이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매케일렙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장을 잡고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는 운 좋게 심장이식수술을 받게 되어 살아난 후 일을 그만둔다. 그리고 해변에서 한가로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여인은 그에게 어떤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한다. 매케일럽은 거절하려 한다. 경찰들은 은퇴 후에 종종 사립탐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동생이 살해당했는데 경찰 조사가 이상하다고 말해도 무시하려 한다. 하지만 끝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심장을 준 사람이 그녀의 죽은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강도사건으로 보이는 일이었다. 매케일럽은 확인하는 셈 치고 담당 경찰들을 만나는데 여기서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챈다. 경찰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연쇄살인이라는 뜻일까. 모른다. 하지만 매케일럽은 어떤 살인사건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럴 때 능력 있는 경찰이라면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한다. 매케일럽도 그것을 찾는데 몰두한다.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것을 살펴봐도 피해자들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 없다. 단서도 미비하다. 살인사건의 어떤 목격자는 중요한 정보를 보지 못했고 살인사건을 제보한 사람도 그저 제보만 하고 줄행랑쳤다. 경찰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래야 단서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케일럽은 어떤가. 그는 뭔가를 깨닫는다. 이 사건이 자신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요즘 소개되는 영미권의 추리소설은 스케일이 큰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세세한 것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블러드 워크>는 어떤가. 스케일이 큰 것을 자랑하는데, 동시에 세세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의 트릭이 정밀해지면서 더 치열해졌다. 허를 찌르는 반전은 물론이거니와 소설의 전개 또한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낸다.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어떤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추리소설에 웬만큼 단련된 '내성'이 있다 하더라도 쉽게 당해낼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추리소설은 여름에 봐야 제 맛이라고 한다. 더울 때 만나는 추리소설의 긴장감이 청량음료처럼 짜릿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겨울에 좋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 말이 나오기도 한 것일 테다. 그런 때에 나온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와 <블러드 워크>, 추운 날에 추리소설 읽는 것 또한 짜릿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단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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